세월이 정말 쏜살같이 흘러갔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언제나 아쉬움과 아련함을 남기는 것 같은데... 올해는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이 많아서 그런지 큰 숙제 하나를 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대학원 학기 중에 배운 내용도 있는 그대로 흡수해 보려고 노력했다. 사실 이 방법은 이전의 나라면 써보지 않은 방법이다. 과거엔 뭐든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논리적으로 파고 들어서 배우고 정리하고 익히는 방법이 익숙했다면 지금은 머리보다는 몸으로 경험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과정을 시험해 보는 중이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그랬다.
"충동적으로 대학원에 들어왔어요. 이리저리 따지고 재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머리 쓰는 삶을 살아왔어요. 이제는 마음 쓰는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억지로 끼워 맞추지도, 억지로 삼키려고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것은 흡수되는 대로 날아가는 것은 날아가는 대로 부여잡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 그것을 이정표 삼아서 또 한걸음을 내딛으면 될 것 같다. 그것이 진짜 내 것이고, 그것이 진짜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다.
코칭을 공부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쓰는 용어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이다.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고, 꾸밈없는 것을 좋아하고, 판단하고 단정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성정과 이렇게나 맞는 용어가 없는 것 같다. 나는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코칭 장면 속에서 고객으로서 내가 한없이 자유로웠던 것처럼, 코치로서도 한없이 자유롭고 싶다. 코치가 자유로워야(유연해야) 고객이 자유로울 수 있다.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고 이제 진짜 졸업과 가까워질 거다. 늘 그렇듯이 끝은 또 새로운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끝이 아쉽지 않을 것 같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지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