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미인들
얼마 전 영상 속에서 강원국 작가를 만났다. 생각해 보니 몇 해전 이런 글을 썼던 게 떠올랐다. 작가님 아직도 미스트 뿌리고 다니시나 궁금해진다.
여러분은 혹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2019년 4월 글쓰기 강의에서 처음으로 강작가님을 만났을 때 아는 거라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노무현 대통령 연설 비서관을 지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라는 것 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첫 만남이 있은 후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20년이 되었어요. 문득 작가님을 다시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제 어느 곳에서 만나던 상관없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드디어 지난주에 작가님을 다시 만났답니다.
작가님이 등장하실 때, 얼굴에서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 제 얼굴에서
빛이 나지 않나요?”
제 속마음을 읽은 게 아닌가 싶어 깜짝 놀랐고, 비법을 들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죠. 그런데 다음 멘트로 일순간 강의장이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제 얼굴에서 빛이 나는 건 미스트를 뿌렸기 때문이에요. 제가 다른 건 안 해도 강의 전에 미스트는 꼭 뿌립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세상 사람 좋은 얼굴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바뀌었어요.
아! 순간 미스트 브랜드 물어볼 뻔했어요. 이렇게 쉽게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위트가 있는 분이셨어요.
이렇게 긴장을 푼 순간 뒤 이은 강사님의 멘트에 수강생들은 일제히 또 한 번 뒤집어집니다.
“여러분! 제가 이런 곳에서 강의할 사람이 아니에요.”
이야기인즉, 처음 강사 일을 이곳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스타 강사이니 맞지 않다는 말씀이셨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마다하지 않고 강의를 하기로 하셨대요.
한 번은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셨답니다. 현지 공항에 도착하면 가이드가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왠지 가이드는 보이지 않고 “팻말”만 덩그러니 놓여있더랍니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연세 지긋하신 분이 등장하시더래요.
“여러분! 저는 이런 곳에 나올 사람이 아닙니다. 오늘 나오기로 한 가이드가 사정이 생겨서 제가 대신 나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긋한 나이에 “팻말”을 들고 젊은 가이들 틈에 끼어 있기가 어색하고 창피해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요. 당신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맞지 않다는 것을 위트 있게 표현하신 거지요.
사람의 격을 만드는 것은 어느 자리에 서느냐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그 자리에 서느냐가 더욱 중요하고, 그 자리에 선 사람의 격은 그를 보는 사람이 세워주는 거라고요.
설 자리가 녹록지 않았던 시절 자신을 알아봐 주고 강사로 설 기회를 준 분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그 자리에 선 모습이 좋아 보였어요.
“여러분! 저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강사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강사는 ‘저 강사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는 강사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게 강사로서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문득 작년에 제가 사내 강사가 되면서 가장 뿌듯하고 설렜던 순간이 떠올랐어요.
“매니저님. 저도 매니저님처럼 되고 싶어요. 오래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요.”
단순히 어떤 기술, 어떤 능력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그 사람 자체가 되고 싶다는 마음 이상 가는 게 있을까요?
글쓰기야말로 한순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시간을 들이고 깨닫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해줄 수 있는 말씀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맞아요. 아무리 단순한 것도 그것을 익히고 익숙해지게 만들고 내 것으로 승화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혼자서 겪어내야 하는 것이고요. 가르치는 사람의 일은 그 과정에 설렐 수 있도록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요.
사람에게서 나는 향을 인향이라고 하죠. 그 향기는 꽃보다 강해서 천리, 만리에서도 향을 맡을 수 있다고요. 작가님의 인향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그 향기 덕에 따뜻한 봄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어렵겠지만, 오래 걸리겠지만 강작가님처럼 사람냄새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