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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Jun 08. 2023

바람이 분다. 나는 자유를 꿈꾼다

교정에서의 단상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풍경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찰나의 순간을 담는 것이 좋다. 사진이 풍경을 넘어서는 순간은 드물지만 그래도 그것을 담아내는 이유는 순간의 느낌을 더 잘 경험하고 위해서이기도 하고 더 잘 기억해 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습관적으로 사진 찍는 취미 덕에 4학기 동안의 학교의 풍경, 동기들과의 즐거운 시간들을 기록에 남길 수 있었다. 얼마 후 환송회 때 이 사진들이 공유될 것이고 새록새록 추억이 떠오를 거다.

아쉬울까? 후련할까? 아련할까?


이번 학기에 가장 잘한 일이 공강 시간을 만든 일인 것 같다. 공강시간에 내가 주로 하는 일은 휴게실에서 안마를 받는 일이다. 동기들은 우스갯소리로 안마받은 걸로 학비를 뽑았다고들 한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안마받으러 학교에 온건 아니지만 안마받는 시간이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학 때는 4년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장학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점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기를 쓰고 공부했다. 그리고 4년 내내 장학금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학원에 와서는 장학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졸업을 앞둔 이 시점에서야 장학금 받는 기준을 알았으니 아얘 장학금이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나의 대학원 생활 목표는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었으니 아쉬울 건 없다.


나는 내로라하는 펀드매니저들이 가지고 있는 자격증을 갖고 있다. 물론 자격증과 수익이 비례하지는 않지만 투자에 있어서 기대치와 목표 수준에 현실감각을 유지하며 정도를 걷게 도와주고 있다. 말이 조금 샜는데,  덕에 학비 걱정 없이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집중할  있었다.


이제 기말고사이니 수업이 있는 마지막주다. 후배 기수로부터 점심을 얻어먹고 루틴대로 안마를 받았다. 노곤하게 잠이 몰려왔지만 날이 너무 좋아 조금 일찍 일어나 교정을 걸었다. 바람이 적당히 살랑여서 더운 공기를 날렸다. 카메라를 들었다. 장소는 똑같아도 프레임을 조금 다르게 하니 다른 풍경이 포착되었다. 매주 보는 이 공간이 오늘 보니 달라 보이는 거다. 왜 마지막이 되면 풍경이 다르게 보일까?


마지막 수업에서 이미지연상법을 활용한 실습을 했다.  내 눈에 띈 것은 학사모를 던지는 사진, 여러 명이 펄쩍 하늘로 뛰어오르는 사진, 그리고 자유를 만끽하는 듯한 사진이었다. 그렇다. 이제 졸업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금 아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이미지 카드를 골랐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였다는 생각에 미치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학교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나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나는 끝이라는 것에서 자유롭고 싶다.


요즘 나의 키워드는 그냥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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