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에 대한 단상
2021년 봄에 쓴 글이다. 소름에 대한 궁금증이 코칭을 하고 시작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앞서 시작된 것 같다. 다시 읽어도 흥미롭다.
노래를 듣다가, 영화를 보다가, 혹은 어떤 이야기를 듣다가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하는가?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이라면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단다.
소름 하면 보통 추울 때 닭살 돋는 현상, 무서운 것을 볼 때 소름 끼치는 상황을 가장 먼저 떠올릴 거다. 실제로 네이버에 "소름 돋는 이유"라고 검색을 하면 이렇게 나온다.
“소름 돋는 느낌을 생각하거나 본 경우 소름이 돋습니다.”
이건 아마도 초등학생이 단 답글이지 않을까? 보자마자 빵! 터졌다.
“아무래도 소름이 돋는 이유는 춥거나 아니면 징그러운 걸 볼 때 닭살이 돋습니다.”
이건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답변이다. 보다 학술적인 관점에서의 연구결과가 어떨지 궁금해진 가운데 이런 기사를 찾게 됐다.
음악 듣다 소름 돋는 경험이 있는 사람은 ‘부자'될 확률이 높다. 영국 일간 메트로는 음악 감상 중 온몸에 닭살이 돋는 경험을 한 사람은 두뇌가 명석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축제에서 모집한 100여 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들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체크했다. 심장 박동수, 움직임, 일련의 생리 반응 등 다양한 면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그리고 소름이 돋은 사람을 대상으로 다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온몸에 소름이 돋거나 닭살이 돋은 경험이 있는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실제 이들의 66%는 자신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건강한 상태라고 자신했으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같은 창조적인 활동에 특출 난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음악으로 공감하고 이미지를 상상해 자신의 지식과
결부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한 두뇌의 각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작용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다.
학술적으로 보면 감정을 자극하는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감동을 받고 평정심을 잃게 되는데, 이는 뇌하수체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 우리 뇌는 이 상태를 지속하기 위해 털을 세우고 공기층을 만들어 체온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소름이 돋는 것이다.
최근에 나도 영화를 보다가 소름이 돋는 장면을 만났는데, 바로 "Boyhood"라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최근 유퀴즈에 나온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을 듣고 나서였다. 이 영화가 12년 동안 찍은 영화라는 것, 주인공의 12년 동안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대목에서 소름이 쫙 끼쳤다.
실제 영화 자체는 자극적인 스토리라던가 그런 게 거의 없었으나 주인공 메이슨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달리며 나온 "Hero"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또 한 번 소름이 끼쳤다.
각자 사연은 다르겠지만 누구나 지금의 나로 성장하기 위해 거쳐 온 삶의 궤적이 있을 것이다. 그 궤적을 따라가는 것 자체만으로 묘한 힐링을 선사하는 영화였다. 더불어 올해 첫 소름을 선사해 준 영화이기도 해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보이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