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C 코칭 고객 참여 후기
최근 지인의 소개로 KSC(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로 KAC, KPC에 이어 최상위 레벨에 해당하는 자격증)를 준비하는 코치님의 고객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KSC 가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KPC 자격과 함께 800시간의 코칭 시간을 쌓고 필기시험, 실기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해야 한다.
지난 4월 KPC 자격을 취득한 이후로 코칭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고, 주로 코칭 시험을 준비하는 코치들을 멘토링하는 시간을 가져왔던 나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제안이 왔을 때 주저없이 참여하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참여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KPC를 취득한 이후로 스스로 목표로 삼을만한 이정표가 없다고 느꼈다. 이미 KPC를 넘어 상위 자격을 취득한 코치님들에게 몇 차례 물어본 적은 있었지만 내적 동기를 강화시켜줄만한 인사이트를 얻지는 못한 채로 단순히 더 많은 고객을 만나 경험을 쌓고, 코칭 역량을 더욱 공고하게 강화해 나가는 것 이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그런데 KSC 고객으로 참여한 경험을 통해 대화 중에 내가 고객으로서 느낀 감정들과 역지사지로 코치가 느꼈을 치열한 고민과 감정들을 함께 다루고 그 안에서 KSC에서 추구해야 할 것들을 하나 하나 연결시켜보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야할지가 보다 명확하게 정리되었다. 경험이 지식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그것은 고객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이제야 훌륭한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코치에게 코칭을 받아 봐야 한다는 말이 온전히 이해되는 것 같다.
1. 고객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
고객은 어떤 이슈를 가져오지만, 그것은 정돈된 상태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빙산의 일각처럼 진짜 중요한 부분들은 수면 아래 가려진 채로 표면적으로 보이는 상황이나 패턴화된 해석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코치가 해야 할 일은 고객이 가져 온 이슈에서 시작해서 빙산 아래에 있는 진짜 주제를 찾고, 코칭 세션에서 다루어야 할 목표까지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번 세션에서 고객으로 참여하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코치가 나의 주제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고객의 이슈에 공감하지 못한 상태로 질문을 할 때 그 질문은 의문문의 형태를 띄었을 뿐, 코치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이 지점부터 내 마음 속에서는 이런 마음의 소리가 올라왔다.
'코치님! 이 이슈는 저에게 정말 중요해요. 그런데 코치님은 그것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것 같네요. 그러니 코치님의 주관적인 해석 말고 저에게 왜 이 이슈가 중요한지 질문을 해주세요.'
그러나 코치는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했고, 본인의 판단에 따른 질문들을 이어 나갔다. 이후에도 프로세스대로 대화를 이어갔으나 피상적인 대화만을 주고 받은 상태로 다소 찜찜하게 대화를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2. 이슈에 빠져 버리면 코칭 대화가 지루해진다.
코칭 대화가 이슈에 빠지면 안된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서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말이 '지루함'이라는 단어와 결합되니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왜 어떤 코칭은 대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몰입이 되고, 에너지가 올라가며, 심지어 신이 나고 재미있는지? 그리고 또 어떤 코칭은 대화가 진행될수록 기운 빠지고 딴 생각이 올라오고, 종당에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지?
고객이 가져온 주제는 고객이 잘 안다. 그 주제에 얽힌 다양한 정보, 그간 쌓아온 나름의 경험, 정리된 생각들, 그것과 관련된 다양한 감정들 등등을 포함하여 단순치가 않다. 반면 코치는 그 주제가 얼마나 보편적이냐 특수적이냐는 차지하더라도 고객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알 수 없다. 코치가 이슈에 빠지면 고객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전달 받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즉, 코치가 정보를 얻고, 고객은 알려주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코치에겐 새롭지만 고객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니 서서히 대화가 지루해진다.
새로운 통찰이 없는 코칭은 지루하다. 이 때 상징적으로 이런 이미지를 상상해 보면 쉽다. 고객은 저마다의 이슈를 들고 대화에 참여한다. 이 때 고객은 발을 디디면 디딜수록 깊히 빠져드는 늪에 빠져 있는 상태다. 그런데 코치가 고객을 고객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고객이 빠진 늪 속으로 함께 뛰어든다. 이쯤되면 이 이슈는 고객의 이슈이자 코치의 이슈가 되어 버린다 . 이슈에 천착하면 할수록 코치와 고객은 함께 웅덩이 속으로 깊이 더 깊이 빨려 들어간다.
이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코치가 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이슈 자체보다 맥락을 읽어야 하며, 그것을 바라보는 고객의 존재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고객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고객은 어떤 욕구가 있길래 이것을 하고 있나?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고객이 그것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게 되면 고객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등등 이슈 자체에서 벗어나서 고객의 욕구, 고객의 신념이나 가치관, 그것이 미치는 영향 범위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 때 비로소 고객은 이슈에서 떨어져서 볼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통찰이 일어난다.
3. 코칭 대화 중의 깨달음이 이후 고객의 삶에도 성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렇다. 코칭은 고객의 잠재력을 활용해서 궁극적으로 성장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그러나 코칭 대화 시간은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물리적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그 물리적 시간의 차이를 뛰어 넘는 것은 어쩌면 코칭 대화가 끝나고 난 후이다. 대화는 끝났지만 고객은 분명 그 과정 속에서 성장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단순히 고객이 가져온 이슈나 주제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식하고 있든 아니든 그것은 고객의 일상 속 순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진짜 성장은 코칭 대화가 끝나고 난 후에 일어나지만 그 성장에 불씨를 당겨주는 것은 코칭 대화 중에 일어나야 한다.
4. 코치로서의 자신만의 색깔(정체성)이 드러나야 한다.
얼마 전 우연찮게 '이타미준의 바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 재일교포 출신 건축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였는데, 건축가 이타미준이 고객(클라이언트)를 바라보는 태도에 깊이 공감했다.
"클라이언트와 건축가는 파트너이다."
그는 클라이언트를 파트너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연결되어 함께 공감하고 교감한다고 표현했다.
잊을 수 없는 코칭, 고객에게 진짜 변화를 가져 올 코칭에는 이런 깊은 교감이 있고, 공명이 일어난다. 이런 공명은 고객이 온전히 자신으로 존재하고, 코치도 한 인간으로서 고객과 함께할 때, 즉 서로가 서로에게 파트너로 존재할 때 비로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의 핵심이 코치의 정체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