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과거의 나였다면 고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몰라 조급해하거나.
얼마나 시간을 더 줘야 할까 머리 굴리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의 침묵이야 말로 진짜 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침묵의 시간이 값지게 느껴지고, 어떤 금을 캐낼까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다.
“사실 저는 주변 지인들이 소개해 주는 것이면 가급적 다 수용했던 것 같아요.”
어떤 것을 할지 말 지 선택할 때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싶다고 이야기한 고객이 3가지 기준을 일사천리로 이야기하고 난 후였다.
“아마도 그렇게 해서 더 친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주도하는 삶을 살려면 그 사람이 소개해준 것이라서 보다,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싶어요. “
고객은 ‘주도성을 회복하는 삶’이라는 지향점을 건져 올렸고, 그것은 선택의 기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했다. 새롭게 정의한 것까지 총 4가지의 기준을 정리한 고객은 이 과정을 ‘가지치기’에 비유했다.
그녀에게 있어 가지치기는 걸러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잘 키워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식물의 가지치기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지치기 덕분에 생명을 얼마나 무럭무럭 자라나는지를.
침묵에서 발견한 씨앗, 그것과 절묘하게 연결되었던 원하는 삶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응원 메시지까지 정리해 내는 고객의 모습을 보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3주 전 조급함을 내려놓고 싶어 했던 고객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속도전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고객은 비로소 여유 있는 모습으로 웃었다.
“마음속에 수많은 것들이 가지치기되어 새로운 공간이 생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