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 지킬 앤 하이드: 그 전조들

by 도심산책자

지나고 보니 이미 여러 전조들이 있었다. 단지, 그때의 나는 그 전조들을 ‘실수’나 ‘일시적 태도’로 해석하고 싶었을 뿐이다.


시공사의 태도는 처음엔 매우 부드러웠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책임지고 처리해 드릴게요.”

말도 친절했고, 표정도 성실해 보였다. 그런데 그 태도가 바뀌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식 합의서를 요청하고, 보상 범위를 명확히 하고, 책임을 문서로 남기자는 말을 꺼낸 순간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정말로 영화 속 장면처럼, ‘지킬’의 가면이 벗겨지고 ‘하이드’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가 내뱉는 말의 질감이 변했다. 설명보다는 감정, 책임보다는 회피가 더 많이 섞여 들어왔다. 그리고 결국 그는 말했다.

“공사 거부처리하겠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에도 담당자라는 사람은 수차례 신뢰를 훼손시키는 말들을 뱉어냈었다. 묻지도 않은 공사비 이야기를 꺼냈고, 그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금액으로 부풀린 채였다.

“이 정도면 전세금만큼 들어요.”


근거를 요청하자 그는 화를 냈다. 사실상 압박을 위한 말들이었고, 논리적 근거는 아무 데도 없었다. 그때 서늘하게 느껴진 게 있었다. 그의 목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무마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는 것.

내가 ‘원칙’을 꺼내기 시작하자 그가 유지하던 친절의 껍질이 바로 벗겨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가 터무니없이 큰 금액을 입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말해주었다.

이 공사가 단순한 시공 보수가 아니라 큰 작업이라는 것. 그러니 그는 더더욱 책임에서 멀어지려 했던 것이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분명해졌다.

“이 공사를 그대로 맡기면 안 된다.”

“이제부터는 흔들림 없이 원칙대로 가야 한다.”

믿을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지킬과 하이드 같은 태도 변화는 당혹스러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판단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 결정적 계기였다. 사람과 상황은 때때로 ‘급격한 변화’를 통해 그들의 본심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불안은 그런 변화를 ‘위험’으로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경고음으로 울리기도 한다.


그 경고음 덕분에 나는 감정이 아니라 현실 감각으로 이 사안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후의 모든 판단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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