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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Nov 25. 2022

직관과 에고는 어떻게 다른가?

오늘 코칭은 지금까지 코칭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코칭이 될 것 같다. 내가 고객이 되어 코칭을 받았는데, 20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주고받은 대화를 통해 한 순간 울컥 감정이 올라오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감정이 올라온 이유는 나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받았다는 느낌과 함께 찾아왔다.

한 달 전의 일과 최근의 일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와 그 안에서 나의 감정을 털어놓자, 코치는 한 달 전 그 장면 속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때로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혹은 되돌리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 속에서 나는 상대방의 반응에 널을 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쩌면 변한 것은 없는데, 내 마음만 과하게 반응하고 있었구나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어쩌면 그 때나 지금 현재나 풀리지 않은 숙제를 하나 갖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는 그게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때였고, 지금은 그 숙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거다. 없던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답은 명확해졌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자연스럽게 이 말이 나왔다. 그 순간 코치가 이렇게 답했다. 아니, 박수를 쳐 주었다.


“고객님! 정말 용감한 분이시군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울컥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렇게 비장하게 말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면 나 스스로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 말을 내뱉기까지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실마리가 보이자 과감하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원점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그냥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2달 동안 해온 것들을 원점에서 돌아본다는 거였다. 어쩌면 그 쓸모를 다 잃을 수도 있겠고, 또 어쩌면 그중 가지치기하고 알맹이만 남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피할 수 없었던 질문, 그것을 다시 해야 할 타이밍이 온 것이다.

고객이 되어 보니 어떤 코치가 좋은 코치인지,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지가 조금씩 명확해진다. 내 마음이 반응하는 순간을 복기해 보면서 알 수 있다. 오늘 코칭에서 코치는 그 어느 때보다 직관을 많이 발휘했다. 코칭에서 직관은 코치가 꼭 발휘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데, 이유는 직관은 고객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직관을 통해서 고객은 스스로를 더 잘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초보 코치가 쉽게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만약 코치가 직관을 발휘할 때 고객이 그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하면 인정하고 넘어가면 된다. 어쩌면 이 부분이 직관과 에고의 차이점 드러나는 지점이다. 에고는 직관과는 다르다. 에고가 발동하면 고객을, 고객의 상황을 코치가 평가하고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그 판단에 근거해서 고객을 끌고 가려고 한다.

오늘 나는 고객으로서 최고의 경험 중 하나를 하게 된 것 같다. 어지러운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또 이 경험을 통해서 코칭의 효용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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