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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Nov 28. 2022

코칭 대화에 적합한 주제가 따로 있나?

고객이 되어 코칭 대화에 참여한 적이 있다. 나는 대화 주제로 곧 있을 보고 일정을 잡는 일과 그때 보고서의 outline을 정리해 보고 싶다고 했다. 대화가 끝났을 때 멘토 코치는 이런 피드백을 주었다.


"일정은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리고 일견 그 말이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한 편 마음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올라왔다.

'나는 지금 일정을 잡는 일을 망설이고 있는데...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데...'

정해진 일정이 있는 게 아니어서 내가 보고 일정도 잡아야 하고, 그때 들고 갈 보고서도 작성해야 했다. 그런데 계속 생각 정리가 안되고 자꾸 미루고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만약 코치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주었더라면 상상해 보았다.

'일정을 잡는 일은 지금 상황에서 고객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일정을 잡게 되면 고객님 기분이 어떠실 것 같아요?'

'일정을 이미 잡았다고 가정하면 제일 먼저 고객님은 무슨 일을 하실 건가요?'

이런 질문에 답을 하고 보니 자꾸 미루려는 마음이 잘 보였다.

일정이 이미 잡혔다고 생각하자 다음 해야 할 일이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일명 Deadline 효과다.  


고객이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것을 일반화해서 판단할 것이 아니고, 그것이 고객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를 물어보고 그 맥락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즉, 코칭 대화에 적합한 주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고객이 원하는 그것이 바로 코칭 대화의 주제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경험은 내가 코치가 된다면 고객이 가져오는 어떤 주제도 내 기준에서 재단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객이 코칭에 부적합한 주제를 가져왔다고 판단하고 돌려보내서야 되겠나!


코칭을 처음 접하는 지인들에게 무료 코칭을 해주겠다고  때가 더러 있다. 그럴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바로 어떤  주제로 가져가야 하느냐이다. 그럼 나는 당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된다고 얘기해 준다. 그리고 한마디를  보탠다. 오래도록 일상을 지배해온 문제, 하고 싶은데  되지 않는 , 지금 당신의 머릿속을 장악하고 있는  무엇이라고 얘기해 준다. 절박하게 해결하고 싶은 것이라면 더더욱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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