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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Dec 20. 2022

코칭으로 떠나는 라스베가스 여행

요즘 정말 다양한 코칭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 리더 등 정말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니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이쯤이면 안정적으로 해볼 수 있겠다 싶다가도 어느 결에 도전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오늘은 1:1 코칭을 하게 된 날이다. 멘토 코치와 1:1 코칭을 할 때 주로 하는 방식을 고객에게 알려 주었다.
1. 코칭에 관한 Q&A
2. 코치의 코칭 시연 (이때 멘토 코치가 고객으로 참여한다)
3. 멘토 코치의 코칭 시연 (이때 코치가 고객으로 참여한다)
이 순서는 내가 선호하는 순서였으니, 내심 고객이 1번 아니면 2번을 택해주길 바랬다. 그런데 우려했던 바가 현실이 되었다. 고객은 최근 본인의 거취 변화와 관련하여 코칭을 받아 보고 싶다며 3번을 골랐다.


코칭 시연이야 수도 없이 많이 했지만 멘토 코치로 참여하는 자리에서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긴장감을 가져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1시간 동안 난 한겨울에 땀을 쭉 뺄 정도였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냥 긴장했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됐다. 뭐랄까? 고객을 통해 나의 에너지가 너무 올라와서 온 몸에서 느낀 열기와 같은 거였다.


사실 고객이 어떤 이슈를 가져올 땐 걱정과 불안으로 에너지가 낮은 상태인데, 이 고객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이 잘하고 다년간 역량을 발휘해온 업무를 내려놓고 새로운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심적인 불편함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고객의 관점 전환을 돕는 도구로써 그 파워를 직접 경험했던 리허설, 지오그래피, 사물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고객님, 지금 라스베가스에 도착하셨습니다.”

“고객님은 그곳에서 며칠을 묵게 되나요?”

“그곳에서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모습을 상상하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세요?”

"VIP는 고객님에게 무슨 말을 할 것 같으세요?"

“고객님! 지금 그 공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것(사물)은 고객님에게 뭐라고 이야기해주나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지금 기분은 어떠세요?”


고객은  업무 현장이  라스베가스에서 만들어갈 상황들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해 내고 있었다. 고객 스스만족스러운 마무리를 했을  상사에게 듣고 싶은 말도 구체적으로 상상해냈다. 그뿐이랴. 고객은 그곳에서 마주하게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이를 통해  공간이, 그리고  사물이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게 만들고 싶은지를 생생한 언어로 표현해 냈다. 나도 고객과 함께 상상  라스베이거스를 탐험했다. 탐험지에서 마주한 것들은 듣는 것만으로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이렇게 한바탕 상상 속으로 여행을 떠났던 고객이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시작할 때 걱정과 우려가 섞인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고, 확신에 차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고객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상상으로 그곳에 가보니 정말 신기했어요.”

“사물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힐링이 됐고, 위안을 얻었어요. 이제 걱정보다는 희망과 설렘이 더 커진 것 같아요”


그제야 나도 안도가 되었다. 커리어에서 아주 큰 변곡점을 만난 고객이 그것을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자 안도가 되었다. 변화가 어려움을 알기에 그리고 종종 그 변화를 가로막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 안에 있는 장애물(자신도 몰랐던 잘못된 신념, 스스로에 대한 불신, 불확실성을 감내하지 못하는 마음 등)인 경우가 많음을 경험하고 배우고 나니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한 고객에게 무한 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무게를 안고 일상을 살아간다. 나이도 하는 일도 성향도 목표도 다르지만 그 무게를 책임 있게 짊어지고 있는 고객들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나는 저절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된다. 난 고객이 본 것을 함께 보고 고객이 들은 것을 함께 듣는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도 듣기 위해 정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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