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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Dec 02. 2022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나?

수년 전 봄이었던 것 같다. 나는 토스트마스터즈라고 하는 영어 스피치모임에서 주관하는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에서는 내노라하는 연설자들이 참여하는 "스피치 컨테스트"가 있었다. 10명 남짓의 참여자를 선발하여 최종심사를 진행하는 거였는데,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책에서 보던 유명인도 아니요. 전문 연설가도 아닌 아마추어 연설가의 연설을 듣다가 순간 블랙홀처럼 빨려드는 경험을 했던 거였다. 연단에서 연설을 하는 동안 나는 연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일순간 마치 그와 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100 여명도 넘는 청중들은 fade out되고, 오롯이 그와 내게 핀조명이 비추고 있는 듯한 느낌 말이다.  

그 기억은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대체 저 사람이 나에게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나는 순간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지 않았던가!

그 후에도 그냥 '연설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상대방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정도의 감상에 그쳤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년이 더 흐르고 나서야 그가 부린 마법의 실마리를 조금 찾을 수 있었다.

남의 이야기를 가져다가 감동을 줄 수는 없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오롯이 내 몸과 마음을 통과한, 즉 내 것으로 체화되었을 때 내 이야기일 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거였다. 프로 강연자들 중에 말빨 하면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연자가 많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은 "와! 저 사람 말 진짜 잘한다"라는 반응은 얻을 수 있을 지언정, 감동을 받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내 이야기 속에서 발견한 가치에 대하여 상대방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해도 그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 반발심이 생기기도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공감할 수 있는 컨텐츠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맥락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제품을 사도록 만드는 데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이런 좋은 상품이 있습니다. 이 상품은 당신에게 이런 가치를 줄 거에요. 그러니 어서 "구매"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식으로는 물건을 팔 수 없다. 특히나 물건이 차고 넘치는 이 시대에는 더더군다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고객의 맥락을 읽고 그에 걸맞게 전달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요즘 내가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는 보고서 스토리라인을 잡을 때에도 상품 상세페이지 스토리를 디자인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스토리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스토리 자체로써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거다. 하고 싶은 말에 대한 진정성과 나만의 개성있는 스토리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상대방은 당신의 스토리 안에서 손뼉을 치며 웃기도, 깊은 감동을 받아 울기도, 전율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수십, 수백만의 청중들도 저마다 자신만의 핀조명 아래에서 당신과 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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