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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Dec 09. 2022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배움은 좋지만 시험은 싫다

'학교'라는 단어가 좋다.

학교라는 공간, 학생이라는 신분이 가져다주는 이 기분이 정말 좋다.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에너지가 좋다.


이렇게 말하면 배움에 대한 갈증 때문에 노년에 학교로 돌아간 누군가를 떠올리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연코 그럴 나이는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였다. 마음속의 나는 지속적으로 나를 다그치며 언제 학교로 돌아갈 거냐고 물어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때를 기다리자고 다독였다.


이상 속의 나는 공부에 열정을 쏟는 모습이었지만,

현실의 나는 얼른 취직을 해서 밥벌이를 해야 했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 내가 번 돈으로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한번 발을 들여놓은 회사생활은 그 이후로도 무려 십수 년이나 계속됐다.


​물론 중간에 시도를 안 했던 것은 아니다. 한 때는 유학 준비를 했었다. GMAT 학원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을 때 생각보다 빨리 고득점이 나와 주었고, 나의 희망은 어느새 확신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런 와중에 회사에서 아주 좋은 기회가 생겨버렸다. 회사 생활의 로망이었던 해외 파견 근무 기회였다.

로망이긴 했지만 유학 준비를 병행할 순 없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난 파견근무를 택했다.


그렇게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는 서서히 잊혀 가고 있었다. 다시 복귀했을 때는 회사에서 MBA 과정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생겼다. 다시 한번의 기회가 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탈락.

기회의 문턱은 너무 높았고, 절실함은 사라졌다.

로부터 다시 수년이 흐르고 이제는 MBA 효용에 대해 확신이 점점 떨어졌다. 뚜렷하게 무엇을 공부해야겠다는 것을 구체화시킬  없었다.


일단 현실에 집중하자.

그리고 어느 순간 명확한 필요가 느껴질 때,

그때 학교로 돌아가자


이렇게 생각을 고쳐 먹었다.

배움은 즐겁지만 무턱대고 아무거나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적당한 현실감과 적절한 타이밍이 될 때를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공부해 보고 싶은 것을 찾은 것이 2021년 가을이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최적의 타이밍인 건 맞다.

오래 기다린 만큼 그 설렘도 컸다.

다시 배움의 길로 들어선 것이 기뻤다.

시작이 반이라더니 벌써 3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다. 배움은 좋지만 시험이 싫은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시험공부한다고 노트를 펼치고 보니 이런저런 딴생각만 난다. 이 배움이 나를 또 어느 길로 데려다줄까. 차오르는 기대감을 가지고 이 시간도 즐겁게 마무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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