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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Oct 21. 2022

당신,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퇴근 후 초저녁에 기절한 듯 쓰러져 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이미 12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잠이 깨면 참으로 난감할 노릇이다. 정신이 너무 맑아져서 도무지 다시 잠이 오지 않는 거다. 이럴 땐 가볍게 들락거릴 수 있는 SNS에도 눈이 안 간다. 짧은 호흡으로 흥미를 끄는 어떤 것들 말고, 아주 긴 호흡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한 시간이다.

 

​문득 옛 직장 선배이자, 멘토님의 블로그를 기웃거려 보았다. 최신 글로 업데이트된 블로그를 보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마치 내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문장들이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분이 통과했던 사색의 흔적 속을 한참을 돌아다녔다.


나보다 7년을 더 살아온 인생 선배도 일렁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았다. 선배가 오랜 기간 숙성 기간을 거쳐 알게 된 것들은 가슴 깊숙이 날아와 현실 속 장면에서 생생하게 재생되는 느낌이 들었다. 몸으로 마음으로 온전히 통과하고 난 다음에 느낄 수 있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너무도 좋았다. 이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온다면 단연코 나는 1호 독자를 자청할 것이다.

 

​지인 중에 출간이 기다려지는 분이 또 있다. 2년 전에 그분의 생각을 듣고 책 내용이 몹시도 궁금해졌고, 어서 책이 되어 나오길 간절히 바랐다. 최근에 다시 만난 그분은 책을 쓰지 않기로 했단다. 그 당시엔 할 말이 너무도 많았는데 이제 세상에 할 말이 없어졌단다.


‘토해내야 할 것 같은 순간도 있고,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는 거겠지.’

 

한 편의 글이 나온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무수한 망설임, 고민, 상념들을 뚫고 책 속의 활자로 나온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한 밤중에 지인의 글이 너무도 반가워 다시 자려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흔적을 남기기로 했다. 당신의 글을 읽다가 오밤중에 다시 일어나 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고. 나 같은 독자를 위해서 계속 글을 써 달라고.


책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분이 다시 책을 쓰고 싶은 순간이 올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순간이 다시 오기를 바란다. 세상에 제아무리 책이 넘쳐난다고 해도 당신이 쓸 책은 세상에 단 하나뿐일 테니까.


혹자들은 말할지도 모른다. 실력도 안 되는 사람들이 책을 써서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근데 정말로 독자의 눈에 못 미치는 책이라면 널리 읽히지 않을 것이므로 세상을 어지럽힐 염려가 없다. 반대로 널리 읽히게 되면 어지럽힌다고 평가절하될 일이 아니다. 그러니 어느 경우라도 누군가 책을 쓰는 행위가 세상에 해 될 것은 없지 않은가!


그러니 당신,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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