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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Dec 23. 2022

소름이 잘 돋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1

소름은 왜 돋나?

이건 순전히 내 이야기다.

내가 소름이 잘 돋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은 몇 해 전이다. 그리고 이것을 탐구하는 자세로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우선 나는 소름이 돋는 상황의 공통점을 관찰해 보았다. 이 글을 쓴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인데, 오늘 무려 두 번이나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하나는 요즘 코칭 고객으로 만난 대학생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그리고 두 번째는 어제 발표한 브런치 작가 대상을 받은 작품 속에서.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공통점이 보일 것 같다.

코칭 목적으로 만난 고객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녀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코치님! 저 그런데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요.”

돈을 좇는 삶을 살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하여 그녀가 깨달은 내용을 듣다가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혜수 님! 그 원리를 이렇게 빨리 터득하시다니 대단하세요.”

 

알고 보니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5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 대학교에 진학했다고 했다.

“고객님! 회사를 다니다가 대학교에 가야겠다고 결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그녀는 다시 공부를 하기로 다짐했던 계기에 대하여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고졸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친구를 통해 재직자 전형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걸 이용해서 대학교에 진학했어요”


이 말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고객의 목소리에 단단함이 느껴진다고 생각할 무렵, 아니 그 보다 먼저 난 몸에 저릿함이 느껴졌다. 이 저릿함의 실체는 고객이 보여준 용기에서 비롯된 것 같다.


“고객님! 지금 그 말씀을 듣고 있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어 정말요? 왜요?”

“음… 많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벽을 마주해요. 그런데 그것을 뛰어 덤으려고 도전하는 사람은 그보다 소수이고요.”

“혜수 님은 그것을 당당하게 직면하고 용기 내서 도전하는 길을 택하셨네요.”


나는 소름에서 힌트를 얻어 그것을 해석해 보았다. 자주 찾아오지 않는 일상 속 장면에 배어 있는 특별한 힘을 소름은 내 머리보다 정확히 캐치해 냈다. 이것은 소름의 효용이 분명하다. 소름 덕에 난 고객의 존재의 특별함에 힌트를 얻었고, 소름 덕에 그 가치를 특별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코치님! 사실 1시간 코칭을 한다고 했을 때, 너무 길지 않나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시간이 순삭 되었네요”

소름의 효용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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