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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Dec 28. 2022

첫 브런치북 ‘딸 셋, 엄마 셋’을 떠나 보내며

글을 쓰는 행복, 함께 하는 행복

이 글은 내가 처음으로 발행했던 브런치 북 ‘딸 셋, 엄마 셋’에 대한 흔적을 남기기 위한 글이자,

그것과 얽힌 일상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2022년은 정말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머리 쓰는 삶에서 마음 쓰는 삶으로 전환한 한 해였어요”

 

대학원 마지막 수업 때 한 학기 동안의 소회를 밝히면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마음 쓰는 삶’은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말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마음쓰는 삶을 살기로 하자 마음을 쓰는 일이 생겼다. 아니 어쩌면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2022년 10월 6일 우리는 처음 만났다.


회사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글을 쓰는 5주 간의 여정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회사, 부서, 직급으로 표현되는 것들 대신에 온전히 나로 만날 수 있는 공간, 우리들은 서로의 이름을 모른채 필명으로 처음 만났다.


첫 만남의 어색함과 걱정은 자기 소개가 시작되자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왜 그런 필명을 지었는지, 왜 글을 쓰고 싶은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를 나누면서 나는 안심이 되었다. 이 안도는 5주간의 여정이 정말 특별하고도 의미있는 여정이 될 거라는 확신에서 오는 안도였다.


변화에는 계기가 필요한데, 직장인들이 ‘글을 쓰는 삶’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계기를 우리 모임이 만들어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2022년 10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3편의 글이 필요했다.

그 3편이 완성되자마자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그리고 이틀 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이 모든 공은 우리 모임을 이끌었던 강사님에게 돌려야 한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것들의 의도를 아주 정확하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강사님은 이것을 ‘출제 의도’라고 명명하였는데, 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면 출제위원이 듣고 싶은 답을 써낼 수 있는 거였다.

 

우리는 종종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의식의 흐름대로 늘어 놓기 마련인데, ‘출제 의도’라는 말이 무의식으로 흘러가는 나를 붙잡아 답변을 작성하게 가이드해 주었다.



 

2022 10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였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마감 2일 전!

갑자기 이 프로젝트에 응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거의 본능에 가까운 마음이었다.

 

무언가에 이끌린 것과 같았고, 함께 글을 쓰고 있는 분들이 떠올랐다.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던 분 중 두 분이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엄마 이야기를 함께 써보면 어떨까?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앞의 몇 편의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원래 소름이 잘 돋는다.

 

이틀 동안 나는 컨셉과 소개글을 작성하고, 목차를 구성한 후 함께해 주었으면 하는 멤버분들께 제안을 드렸다.

두 분이 흔쾌히 수락을 해주었기에 이틀간의 초치기가 가능했다.

 


글을 쓴 것도, 이렇게 브런치북을 발행한 것도 뭔가에 홀린듯이 진행됐다.

‘계획적으로, 의식적으로, 애를 쓰면서’ 한 것이 아니고 ‘충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정말 즐기면서’했다.

이렇게 나는 머리 쓰는 삶에서 마음 쓰는 삶으로 조금씩 변해 가고 있었다.



 

2022 11 브런치북 조횟수 떡상을 경험하였다.

 

브런치북을 발행했다고 변한 것은 없었다.

구독자수도 조횟수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습관적으로 조횟수를 확인했는데, 숫자가 이상했다.

다시 클릭을 해보았다. 순식간에 숫자가 또 바뀌어 있었다.

또 다시 클릭을 해보았다. 초당 100단위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브런치북의 첫 글이 다음 메인이 걸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곧이어 조횟수 1000이 넘어가고 10000이 넘어가더니 30000이 넘어갔다.

순식간에 숫자의 노예가 된 나는 온종일 브런치를 들락날락 하면서, 공저로 참여했던 분들께 조횟수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었다.

 

이 숫자들은 우리들의 글이 세상으로 나왔다는 것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었다.

 

누적조횟수 67,428회, 책을 읽은 사람 수 1,655명!

글을 쓰기 전에는, 브런치를 하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숫자였다.



 

2022년 12월 ‘딸 셋, 엄마 셋’을 떠나 보내려 한다.

 

12월 21일 응모 결과가 나왔고 우리 책은 선정되지 않았다. 함께 응모한 경험만으로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딸 셋이 만나서 엄마 셋을 향하는 각자의 사랑의 마음을 담아냈던 우리의 글들을 이제 떠나 보내야 할 때이다.

 

과몰입을 불러일으켰던 동료의 작품 ‘엄마에게 차를 선물했다’는 우리에게 떡상의 추억과 함께 남을 것이다.

‘엄마의 남은 인생이 이모의 인생보다 아름답기를 바라는 나의 그릇된 소망을 담아 몇 편의 고백과 반성의 글을 적어볼까 한다.’라는 대목은 과몰입을 알리는 신호이자, 그 어떤 딸의 고백보다 아름다운 고백이었다.


이후 그녀는 이 고백을 담은 글을 엄마와 함께 하며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녀에겐 그것만으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따뜻한 소식이었다.

 

‘봉양이 아닌 양육인 이유’는 뭉클한 선언으로 기억될 것이고, 동참하고 싶은 선언으로 계속 남을 것 같다.

‘한 여사는 충분히 그런 길을 가도 되는 멋진 사람’ 이라는 대목이 좋았다. 엄마를 엄마라는 틀이 아닌 자유롭고 멋진 한 사람으로 대하고, 그런 길을 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우리가 글을 계속 쓰는 이유!

우리의 사랑이 끝나지 않는 한 우리 일상의 진정성 넘치는 스토리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사랑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글을 계속 써내려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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