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심산책자 Mar 10. 2023

[이선영]산수유나무

처음부터 그는 나의 눈길을 끌었다

키가 크고 가느스름한 이파리들이 마주보며 가지를 벋어올리고 있는 그 나무는

주위의 나무들과 다르게 보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기 위해 잠시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산수유나무라고 했다

11월의 마지막 남은 가을이었다

산수유나무를 지나 걸음을 옮기면서 나는 이를테면 천 년 전에도

내가 그 나무에 내 영혼의 한 번뜩임을 걸어두었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되풀이될 산수유나무와 나의 조우이리라는 것을

영혼의 흔들림을 억누른 채 그저 묵묵히 지나치게 돼있는 산수유나무와


​나의 정해진 거리이리라는 것을


​산수유나무를 두고 왔다 아니

산수유나무를 뿌리째 다아들고 왔다 그후로 나는

산수유나무의 여자가 되었다


​다음 생에도 나는 감탄하여 그의 앞을 지나치리라



​​

봄에 피는 산수유나무의 노오란 꽃을 보게 되면 깜짝 놀란다. 꽃 핀 다음에야 비로소 그 존재를 알아 차리게 되기 때문이다. 시인의 마음처럼 다음생까지 가진 않더라도 매년 그 앞을 지나치면 감탄이 절로 난다. 산수유나무 외에 도심에서 흔치 않게 마주하게 되는 라일락과 배롱나무가 또 다른 감탄의 주인공이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가 느끼는 봄이라는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