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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심산책자 Mar 16. 2023

[정호승] 봄길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맞이하는 봄길은 이 전의 봄길과는 분명 다르게 다가옵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의 맥락없음만 보더라도 요즈음의 우리들 일상이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지 실감하게 만듭니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후배가 돌연 퇴사를 하게 되었다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옮길 곳을 정해 놓지 않고 퇴사를 한 후 당분간 휴식을 취하겠다고 합니다. 문득 6년 전 갈 곳을 정해 놓지 않고 퇴사했을 때가 떠올라 더는 묻지 않고 그간 고생 많았으니 몸도 마음도 돌보면서 편하게 쉬라는 말만 보탰습니다.

그런가하면 비트코인 투자에 성공해서 누군가는 수년 혹은 수십년 모아도 어려울 목돈을 만지게 된 지인도 있습니다. 투기색이 짙어 거들떠 보지 않던 사람들도 머스크의 호기로운 한마디에 확신을 얻어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것이 또 다른 시작인지 혹은 끝이 보이는 것인지는 지나봐야 알겠지요. ​


봄이 오는데  봄은 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예년 같았으면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괜스레 마음이 일렁거렸었지요. 그런데  즈음의 기분 좋은 동요가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봄이 오지 않는다고 아쉬워할 게 아니라 나만의 봄을 만들어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어 봅니다.


아니 봄을 만들 게 아니라 내가 봄이 되어야겠다고...




2년 전 이맘 때 봄에 쓴 글입니다.

오늘 하루 이래저래 마음 쓰이는 일이 많았는데, 하루의 마무리가 참 따뜻했어요.

따뜻함을 선물해준 그 분들께 봄길을 선물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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