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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도 깨어있어야 한다

[신흥사설(申興社說)]

이 글은 독립탐정언론 <신흥자경소>에 2024년 3월 24일 오전 올라온 기사입니다. ->원문보기


[신흥자경소] 최근 발표된 ‘2023년 대한민국 출산율’은 우리에게 꽤 심각한 수치를 던져줬다. 분기 첫 0.6명대 합계출산율, 1명대 출산율을 지키던 세종의 추락, 더더욱 올라가는 초산 평균 연령 등.


출산율은 계속 떨어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설사 어떤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 잠시 반등한다 해도 이미 1명대를 훨씬 밑도는 상황에서 대세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금 결혼 적령기인 1990년대 초중반생들이 그나마 인구가 많았던 세대이기에, 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는 향후 몇 년간이 대한민국 명운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저출산 기조는 너무나 복잡한 원인들이 첩첩이 쌓인 결과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복합적 이유가 수십 년간 겹겹이 쌓여왔다. 1990년대 초중반 출생 미혼녀들이 우리나라 평균 결혼 연령대인 30대 초중반 나이대에 전부 결혼한다 해도, 과연 국가 정상화에 도움 되는 출산율 회복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학적으론 여성 나이 만 31세만 넘어도 노산이다. 만 35세를 넘으면 기형아 출산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 일각에서 기대하는 1990년대 초중반 출생 여성들이 현재 그 나이대를 지나고 있다. 이들 중 미혼녀들이 갑자기 절망스러운 현 대한민국 상황을 타개하고자 대국적으로 뭉쳐 지금 당장 결혼해 아이를 낳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낮다. 이들이 몇 년 후 대거 결혼한다 해도 그땐 이미 고령 출산 나이대가 되거나 그마저 훌쩍 넘어선다. 그렇다면 난임·불임·기형아 출산 등으로 얼룩진 현 기혼여성들과 다를 바 없다. 그들처럼 저출산 기조만 강화시키는 꼴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나이에 결혼하는 시대. 저출산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일지 모른다.


저출산은 전방위적으로 대한민국에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무서운 건, 현재 대다수 국민들이 그러한 위기감을 못 느끼고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저출산이 망국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옆집 아저씨도, 우리 가족도, 선생·교수도, 심지어 일부 위정자조차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저출산이면 인구 과밀화가 해소돼서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되묻는다. 정말로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생각이다. 전문가들이 누누이 말했듯 극심한 저출산은 청년은 급격히 줄고 노년층이 쌓이는 고령화 ‘인구 구조’에 문제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중년을 넘어 장(長)년층이 되었고 그 전 세대들조차 의료기술 발달로 상당수 생존해 있다. ‘쉽사리 죽지 않는’ 시대에 고령화는 어느 나라든 겪는 흐름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극단적으로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저출산이 더욱 빠른 속도로 고착화됐다.


후세대로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구조가 이미 형성됐기에 설사 향후 출산율이 소폭 회복한다 해도 아이·청년 인구는 점점 줄어간다. 가임 여성 숫자 자체가 줄기 때문이다. 0.6명대까지 내려간 마당에 사실 1명대 회복을 기대하는 것도 판타지 영역이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큰 흐름은 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구 유지 출산율이 2.1명 정도다. 결국 대한민국은 진짜로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 노인은 갈수록 오래 살고 청년은 갈수록 줄어든다.


젊은 층이 줄어들면 길거리 소비문화도 급격도로 바뀐다. 저출산·고령화는 내수시장 사이즈를 쪼그라들게 한다. 과거 대한민국 전성기에 융성했던 번화가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발걸음이 주요 소비층이었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뭘 해도 안 되는 저성장·수축 시대에 ‘그냥 쉬었다’는 청년들이 계속 늘고 있다. 젊은이 숫자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탕핑’족마저 많아지면, 나라 내수시장은 더 심하게 축소된다. 이에 기존 인프라도 상당수가 폐허가 된다. 융성했던 시절, 높은 빌딩은 잘 나가는 시절의 대한민국을 상징했지만, 이는 곧 망국의 상징물로 변하게 된다. 벌써부터 가로수길 등 상권에서부터 공실 발생이 두드러지고 있다. 신입생을 받지 못해 폐교 수순인 초등학교도 많다. 문화 흐름은 새롭고 창의적인 것보다 자꾸 옛것을 뒤돌아보는 식으로 형성된다. 청년보다 노인이 많아지고 이들이 핵심 소비층이 되니 이들을 위한 문화 콘텐츠만 시장성이 생기는 것이다.


고령화로 정치인들은 ‘표’를 위해 청년보다 숫자가 많은 중장년층·노년층을 더 신경 쓸 확률이 올라간다. 이로써 노인 관련 복지에 쓰이는 세금은 더 많아지고 이를 위해 젊은 사람 각자가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거대한 노년층을 떠받들어야 할 아이와 청년들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아무리 일해도 세금을 왕창 뜯겨서 손에 쥐는 건 별로 없게 된다. 그러다보면 청년 입장에선 소위 ‘탈조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이 나라를 떠나지 않을 청년이 얼마나 될까. 실제로 이민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이미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나라를 떠나는 청년이 많아질수록 남아있는 자들은 더더욱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거 들여오면 해결될까. 한국인들도 떠나는 마당에 외국인들이 한국을 진심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여길까. 이미 외신에선 한국 저출산의 심각함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인터넷 시대인 만큼, 대한민국 망조 현상이 세계로 더욱 빨리 퍼질 것이다.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지던 그 ‘조선족’조차 현재 한국을 떠나는 세태라는 게 법무부 자료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귀화했던 조선족들조차 한국을 뜨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금 한국에 유입되는 수많은 동남아시아인들도 한국에 도움이 되기보다 마약 등 범죄 유입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판국이다.(→관련 기사보기) 놀랍게도 이 상황에서 경찰은 시대 역행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각종 사건사고를 통제해야 할 인력들이 오히려 줄어드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관련 기사보기) 여자 경찰 증가 등을 이유로 치안 공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샀던 경찰이, 이젠 구조적으로도 민생 범죄를 현장 통제하기 어렵게 변해가고 있다.


여러모로 우리가 거닐던 길거리 및 주변 건물이 슬럼화·폐허화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범죄는 늘고 경찰에 기대긴 어렵고 서민은 그저 각자도생해야 하는 그림이다. 탈조선과 탕핑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세상은 활력을 잃는다. 다시 말하지만, 더 안타까운 건 이 세태를 제대로 인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일단 현재는 살만 하니까’ 혹은 ‘내 세대는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테니까’ 등 이유로 이 위기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거나 아예 못 본 척하고 있다.


진짜 ‘지옥’을 겪는 세대는 아직 미성년인 아이들이다. 그들은 의료기술 발달로 대거 늘어난 노인층을 떠받들어야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일당백’으로 세상에서 돈을 벌고 세금을 내야 한다. 연금 고갈 얘기가 나온 지도 이미 오래됐다. 현시점 20·30대인 소위 MZ세대조차 아우성인 판국에, 극도의 저성장(혹은 수축) 및 고령화 사회를 살아야 할 아이들은 더더욱 절망스러운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 그 아이들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 정치권은 좌우 대립으로 여전히 시끄럽지만, 늘 그랬듯 저출산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깽판을 치고 꿀을 빨 만큼 빤 X86세대조차 부동산 시장 붕괴와 자녀들의 경제적 어려움(취업난·경제난) 때문에 과거 대한민국 전성기 당시 누렸던 영광에서 벗어나 힘겨운 시기를 보내야 할지 모른다. 청년들은 어떻게든 살 길을 찾긴 하겠지만, 그 방식이 ‘탈조선’과 ‘탕핑’이라면 결국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존속 자체가 위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빨리 죽나, 늦게 죽나의 싸움일 뿐이다. 대한민국을 벗어날 여력이 없는 대다수는 ‘활력 잃은 늙은 나라’의 폐허 속에서 각종 범죄, 고물가 등과 싸워야 한다.


우리 모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눈앞 현상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지옥’에서도 깨어있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 투표도 중요하다. 다만, 일각에선 결국 정치권도 다 한패란 회의론이 나올 정도다. 현재 한국은 세계적 관심 속에서 마치 실험장이 된 듯 기형적 형태로 분란하다. 혹시 밀려올 큰 변화에 대비해 늘 몸과 마음을 단련해야 한다. 육체 수련도 좋고 멘탈 단련도 좋다. 언제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도록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저출산이 별 것 아니라고 웃어넘기지 말고, 그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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