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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異性)을 갈취하는 악인(惡人)이 너무 많다

[신흥사설(申興社說)]

이 글은 독립탐정언론 <신흥자경소>에 2024년 5월 31일(오후 6시 00분) 올라온 기사입니다. ->원문보기 

(사진=픽사베이)

[신흥자경소] 초등학생 5~6학년 때 일이다. 당시 어린 필자(男)의 눈으로 봐도 다분히 ‘끼’가 넘쳐 보이는 여학생(A)이 있었다. 그 여학생은 어느 날부터 다른 여학우 1명(B)과 함께, 같은 학년 남학생 1명을 정해 그 옆에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B는 마치 A의 시녀 같은 느낌이었다. 타깃이 된 남학생은 A·B의 목적(?)이 달성되면 다른 남학우로 바뀌곤 했다. 그 여자 아이들이 남학생들에게 하는 행동은 오묘하면서도 기가 찼다. 

          

A와 B는 타깃 남학우가 정해지면 그 옆에 바짝 붙어 알랑방귀를 뀌면서 500원~1000원 정도를 빌려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빌려가기 전까지의 수법이 성인 뺨치는 수준이었다. 어른 시점으로 돌아보면, 마치 룸살롱 등에서 일하는 화류계 여성 혹은 전문사기꾼인 꽃뱀처럼, 다분히 이성(異性)적으로 남학생의 순수한 호의를 살살 긁어내어 착각하도록 만들고 돈을 갈취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 여자애들이 빌린 돈을 갚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당시 매우 어리고 순수했던 필자는, 처음엔 본인이 ‘타깃’이 된 줄도 몰랐다. 그저 그 여자애(A)가 날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 여자애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실실 웃는 날도 있었다. 꼬임에 넘어가 이성(異性)적 호감을 느껴버린 것이다. 어리고 순수했던 만큼, 여자에 대한 면역이 돼 있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결국 필자도 그 여자애에게 코 묻은 돈 몇백 원 정도를 내어준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당시 필자는 그 여자애가 날 좋아한다고 착각했던 만큼, 당연히 다시 내게로 와서 달콤한 말을 속삭일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여자 아이는 이미 시녀 B(女)와 함께 다른 공간에서 다른 남학우 옆에 붙어 내게 했던 짓을 또 똑같이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목도한 당시의 필자는, 꽤 충격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도 ‘당했다’는 걸 모를 수는 없었다. 그 여자애 입장에서 목적 달성(돈 갈취)이 끝난 필자는 ‘호구10’ 정도로 여겨졌을 것이다. A와 B 입장에서 그 꽃뱀 짓은 돈벌이라기보단, 그저 순진한 남자애들 마음을 갖고 노는 ‘장난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겐 적지 않은 쓰라림을 안겼다. 난생처음 겪는 감정이었다. 필자는 그 후, 허망하고 나약한 호구 눈망울을 한 채로, 그 여자애를 피해 다녔다. 

    

어느 날, 그런 내 모습을 본 그 여자애(A)가 속삭이듯 말했다.  

    

“쟤, 우리 피해 다닌다?” 

     

입에 악마 같은 웃음을 머금은 채였다. 

           

타깃을 정해 이성을 꼬시고 돈까지 빼내는 꽃뱀 짓을, 필자는 초등학생 때 이미 겪은 것이다. 그 때문일까. 필자는 그 후 ‘악마 같은 이성’에 대한 면역 체계가 내면에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그 덕분에 이후 성인이 된 뒤로, ‘꽃뱀-호구’ 관계나 단순 연애관계에서 행해지는 갑을(甲乙)식 착취·가스라이팅에 당하는 입장이 되는 걸 본능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심정적으로 그럴 단계 직전까지 갔던 적이 20대 초반에도 한 번 더 있긴 했다. 그때에도 A와 비슷한 행위를 하는 20대 중반 여자(F)를 겪은 것이다. F는 돈을 갈취하진 않았지만, 타깃으로 정한 남성을 대놓고 꼬셔서 이리저리 마음을 가지고 논다는 측면에서 A와 유사했다. 미성년일 때 하다 말아야 하는 행동을 성인이 돼서도 유지하는 천박한 인간이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초등학생 때 경험이 ‘약’이 돼서인지 처음부터 강한 의심을 했고 그녀의 불순한 저의(底意)를 꿰뚫어 봤다. 그 때문에 큰 피해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20대 초반 경험까지 더해져, 이성적 호감을 끌어내어 상대를 갈취하는 악인을 구별해 내는 눈은 더 분명해졌다. (거기다 이젠 필자 외모가 ‘괴물’화 돼 버려서 웬만한 이성은 접근도 못하게 됐다)

           

이처럼, 못된 인간들이 꽤 많다. <신흥자경소>가 이전 기사(→불륜에 미친 대한민국...“간통 너무 쉽다”)를 통해 일부 소개했듯, 이성을 순수한 호의와 사랑으로 대하기보다, 호구로 보고 이용하려는 경우가 많다. 꼭 금전적 이득을 갈취하려는 게 아니라도, 상대 이성을 ‘감정적인 창구’ 혹은 ‘자기를 위한 액세서리나 수단’ 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가령, 남자친구를 자기 인생사진 찍어주는 ‘찍사’쯤으로 이용하고, 그렇게 얻은 비키니 사진 등을 SNS에 올리면서 광범위한 어장을 형성해 언제든 조건이 더 좋은 다른 남자로 갈아탈 준비를 하는 여자들도 널린 시대다. 반대로 연애관계에서 여자를 등쳐먹는 남자도 많다. 당연히 ‘결혼’도 그런 착취·이용의 연장선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혼이 일상화돼 버린 건, 그러한 악인들이 늘어난 세태와도 일정 부분 연관됐다고 본다. 

          

그럼, 그런 악인을 구별해 내는 눈은 어떻게 길러야 하는가. 필자처럼 일찍이 당해보는 게 가장 좋긴 하다. 경험보다 피와 살이 되는 건 없다. 하지만, 굳이 당하지 않고도 체화할 수 있는 방법도 없진 않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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