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이든 소수의 리더 or 핵심 인력들이 실질적인 돈을 창출해내는 일을 하고, 대다수 나머지는 그 밑에서 <잡무> 및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을 떠맡는 구조로 흘러간다.
그 소수의 리더는 대개 창업자(대표, 사장 등)고, 일부는 임원과 같은 성과제 계약직 형태 동업자 등이라 보면 된다. 이는 조직 규모가 작을수록, 중소기업일수록 무척이나 명확히 드러나는 진리다. 정말 실력(판세를 읽는 힘, 통찰력, 안목, 실행력, 결단력, 매출을 끌어오거나 창출하는 능력 등)이 뛰어난 사람은 다니던 회사를 나와 본인이 직접 창업을 하고 대표가 된다.
그렇다는 것은 핵심능력을 지닌 사람이나 혹은 그런 능력을 보유해 자기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오히려 좃소기업을 들어가 보는 것도 방법이다.
조직이 클수록 쓸데없는 정치질을 하거나, 잡무만 떠맡는 인력도 늘어난다. 오히려 크기가 상당히 작은 기업일수록 쓸데없는 짓을 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은 잡무 혹은 줄 서기 등 핵심능력과 무관한 짓만 하다가 끝날 수 있다. 좃소에선 무수히 많은 업무, 잡무를 한 번에 처리하는 멀티형 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 좃소 정치질이라고 해봐야 사장과 맞대면이 가능한 개좃소일수록 별로 의미가 없어진다. 개좃소일수록 사장이 직접 직원들을 보고 얘기할 수 있어, 중간 관리자들의 농간이 개입될 여지가 줄어든다. 대기업이 힘든 건 바로 중간에서 자기들끼리의 혈투를 벌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좃소가 오히려 근거리에 있는 사장 눈에 띄면 능력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세간에서 말하듯, 비교적 대기업은 복지를 편하게 누리며 체계적인 업무 분담을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좃소는 체계가 없어 개같이 굴림당하면서도 월급도 작고 심지어 복지도 구리다는 게 함정이다.
하지만 핵심능력을 보유하려면 정말 개좃소를 가서 경험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조직이 클수록 체계적일지는 몰라도 오랜 기간 핵심업무와는 별개인 잡무만 하다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오래 다녀 흑화한 퇴사자가 자영업을 하다 허둥대는 것도 그래서다. 큰 조직의 중간 지점에서 정치질과 보고 스킬 및 임원급 바짓가랑이 잡고 아부만 하는 스킬만 늘어난 인력들이 거기서 나오면 뭔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본인이 대기업에서 오래 있었다 해도 그것은 '그 안에서의 경쟁력'일뿐이었지, 밖으로 나와 자기가 리더가 되면 그 경력은 전혀 힘을 못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자영업도 '핵심 능력'은 물론, 결단력과 실행력 등 '리더 자질'이 있어야 한다. 가령, 거래처 뚫고 매출 끌어올리기, 모든 업무를 꿰뚫는 넓은 시야 등 창업가(사장)로서의 능력을 보유했다 해도 리더로서 냉정하게 결단을 내리거나 뭐든 단호하게 실행하지 못한다면, 그 집단은 표류하게 돼 있다.
그리고
너무 큰 조직인 대기업에선 리더 자질이나 여러 일을 한 번에 넓은 시야로 아우르는 능력을 익힐 기회가 부족하다. 일부 부서에서 일부 역할만 하며 수십 년을 지내다 보면, 결국 전체 큰 틀에서 명령을 내리고 결정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다.
하지만 좃소는 다르다. 개같이 굴려지다가 백두혈통을 지닌 후계자에 밀리는 한은 있어도, 보다 본질적인 업무를 곁에서 보고 빠르게 체감하며 배울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을 다니다 좃소로 흘러들어온 인력들도 이것에는 공감할 것이다. 대기업은 부서 간에 어떻게 일이 흐르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빠르게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각 부서가 서로 간에 너무 멀다.
하지만 좃소는 극단적인 경우에 모든 부서가 한 공간에 자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대기업이라면 오래 걸렸을 일들이 아주 적은 소수 인간들의 움직임만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모습을 옆에서 바로 볼 수 있다.
대기업에선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까지 한꺼번에 다 하거나, 아니면 가까운 거리에서 이 과정을 전부 보다 보니 빠른 시간 안에 어떻게 조직이 흘러가고 어떻게 돈이 돌고 어떻게 창업해야 하는지 길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좃소일수록 동네 자영업과 다를 바 없는 사이즈라서, 그 회사를 직접 창업한 사장(대표)을 근거리에서 보고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살피며 리더의 자세나 창업 노하우 등을 내 것으로 만들 기회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대기업은?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중견기업만 봐도 일반 직원이 대표 얼굴 한번 보기도 쉽지 않다.
물론, 너무 많은 업무를 비교적 푼돈을 받으며 하다 보니 현타가 오기 쉽고 개같이 굴려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리스크다. 그래도 창업을 염두에 둔 사람이라면, 오히려 작은 조직에 있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건 꽤 명확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애초에 대기업에서 오래 다닌 사람은 허울만 좋은 경우가 많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스트레이트로 한 번에 대기업 입사해서 계속 버티고 버티어서 승진했었어도, 달리 말하면 그 대기업 안에서 버티고 올라가는 법 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얘기도 된다. 중간 관리자 업무에는 특화됐을지 모르나, 리더로서는 영 꽝인 이유다.
차라리 주변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리더 자질을 더 갖출 수 있다. 그들은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조직에서 버티는 별다른 처세술도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오히려 사업체를 굴리고 돈을 뽑아내는 데는 더 핵심적인 능력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자영업으로 오래 버틴 인간이라면 말이다. 거기다 잡초 같은 '스트리트파이터 정신'은 훨씬 탁월할 것이다.
즉, 애초에 대기업을 오래 다니다 퇴사한 사람은 '잡초'보다는 '온실 속 화초'에 가깝기 때문에, 피가 튀기고 살이 뜯겨나가는 리얼 전쟁터인 자영업 시장에는 맞지 않는 유형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그들이 대기업을 오래 다니다 퇴사 후 치킨집을 차리면 망하기 쉬운 이유다.
애초에 좋은 직장 테크트리를 못 탄 사람들은 어떻게든 울며 겨자 먹기로 사회 밑바닥을 경험할 수밖에 없고, 그중 일부는 초년부터 직접 사장이 되는 길을 달리게 된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수년~ 수십 년 기간 동안 스트리트파이터 내공을 쌓은 자와, 대기업에서 안온하게 오랜 기간 밥그릇 싸움만 한 자들이 어떻게 경쟁이 되겠는가.
대기업을 다니는 자들은, 스스로 나름대로는 자기들도 그 조직 안에서 버티거나 승진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토로할 것이다. 맞다. 어렵다. 근데 그 어렵다는 게 그 조직 안에서의 얘기지, 세상 밖으로 나와 자영업 전쟁으로 들어가는 순간 또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소리다. 혹여 대기업에서 나와 세상을 우습게 보며(달리 말하면 애초에 학벌 및 취업 전쟁에서 자기들한테 밀린 자들을 우습게 보며), 치킨집 등 자영업을 호기롭게 차리겠지만 이미 밑바닥 스트리트파이터 내공을 쌓아온 기존 '꾼'들에게는 상대가 될 리 없는 것이다.
이는 평생 아이들과 호흡해온 세상 물정 모르는 교사가 사기꾼들의 최고 타깃이 되는 원리와도 맥이 통한다. 온실 속 화초는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경쟁력을 잃기 쉽다.
따라서 50~60대까지 무작정 대기업에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느니, 애초에 일찍이 젊은 30대에 대기업을 퇴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개고생은 하겠지만, 젊기 때문에 그것을 버티면서 스트리트 파이터 감성과 내공을 쌓을 가능성과 잠재력은 더 올라가는 것이다. 실제 주변에선 일찍 대기업을 퇴사해 자영업 전선으로 뛰어드는 사례가 많다.
물론 이젠 오프라인(실세계)만을 자영업의 전부로 전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미 시대는 비대면 스토어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온라인 사업도 창업가의 핵심 능력 및 스트리트파이터 내공 & 리더 자질이 요구되는 것은 마찬가지란 점에서 위 얘기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대기업을 갈 수 있는데도 무조건 가지 말라는 주장은 아니다. 좃소를 올려치기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대기업이든 좃소든 장단점이 있기에 자신의 상황에 맞춰 가면 된다는 거고, '난 스펙이 안 돼서 좃소 다니는 거야ㅠ' 거리며 허튼 자괴감에 빠지지 말라는 소리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회는 있다. 좃소(or 스타트업)를 다닌다고 절망에 빠지지 말고 시야를 확 트여 '내 일'을 하기 위한 내공을 쌓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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