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연사들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당신이 뭘 하는가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세요"
그리고 각종 매체에선 가끔 이와 관련한 실험 영상이 올라온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한 인물이 자신의 외모에 미묘한 변화를 가하고 상대방들이 이를 알아채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대부분 잘 모르고 넘어간다. 결국 세상 사람들은 네 삶에 큰 관심이 없으니 남 눈치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쯤 되면 의구심이 든다.
정말,
정말로 그럴까?
결론적으로
위 메시지들은 반 정도만 사실이다.
당연히 스쳐 지나가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완전한 <100% 타인>은 내가 연예인, 셀럽만 아니라면
대개의 경우 내게 관심이 전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군중을 떠올려보자.
누구나 잠깐 스쳐갔던 사람들의 외모나 목소리, 특징 등을 떠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엔 <세상 사람들은 네게 관심 없어>라는 얘기가 진실이다.
하지만, '지인'으로 엮여 있는 수많은 인맥을 가정해보자.
회사에서 만난 동료, 선후배, 상사 등등
졸업 후에도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는 중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동창들,
동호회 및 친목회에서 만나 이따금씩 모임을 갖는 사람들
등등
만일 당신이 위 사람들을 손절하겠다며 냉정히 잘라내고 잠수를 타는 것만 아니라면.
그리고 계속 sns, 전화, 카카오톡 등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고 서로의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그들은 계속 당신의 사생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낼 확률이 높다.
그렇게 나와 그들이 '지인'이라는 울타리로 계속 엮여만 있다면,
그 정도가 크든 작든 그 관심이 불쾌하든 유쾌하든
알게 모르게 서로의 사생활이 몇 다리를 건너서라도 계속 공유될 수밖에 없다.
오늘도 한 직장에선 퇴사한 oo 씨 근황을 두고 남은 직원들이 서로 가십거리로 씹어대기 바쁘다.
그의 실체가 어떤지 저쩐지는 정말 친한 사람 외에 모르지만, 소문으로 타고 타고 와서 그런 '지인'들에게 들리는 얘기들은 그렇게 그들의 반찬거리가 된다. oo 씨의 인생에 깊게 관여하고 싶지도, 도움을 주고 싶지도, 특별히 소상히 알고 싶지도 않지만, 그저 알고 지낸 적이 있고 지금도 연락하려면 할 수도 있는 사이인 애매한 관계에선 그냥 그렇게 가십거리 주제로 떠올랐다 금세 다시 다른 얘기로 전환되는 정도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 것에 특별히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어쨌든 많은 수의 사람이 겪었을 법한 얘기다.
이 지점에서 <세상 사람들은 네게 관심 없다>라는 명제가 분명히 틀렸음을 우리 모두는 알 수 있다.
외국은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직접 경험해본 대한민국에선
<사람은 가까운 타인에겐 무진장 관심이 많다>라는 명제가 오히려 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관심은 진실한 애정과는 대부분 거리가 멀다. 그냥 '자신들이 아는 타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그게 자신의 처지와 전혀 상관없는 쓸데없는 얘기라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1년 반 전에 퇴사를 했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동종업계에 있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대부분 끊어졌다.
애초에 타인에게 무심하고 sns를 하지 않는 성격 덕에, 그러한 단절이 남들보다 더 쉬웠으리라.
그런데 퇴사 후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어느 특정한 비슷한 시기에 그 업계에 있던 옛 회사 동료, 상사, 후배 등으로부터 갑자기 전화나 연락이 왔었다.
당시엔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와 동명이인이 그 업계 다른 회사에서 발견이 된 것이었다. (그 업계는 특정한 방식으로 이름만 검색해봐도 그 이름에 해당하는 자가 어디 근무하는지 대충 알 수 있다)
옛 지인들은 그게 나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게 <OO회사의 OOO이 너야?>라고 직접 물어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간접적으로 "어디 직장 다니는 데 있어?"라고 떠보면서 내 반응만 살폈던 것이다. 내 뒤를 캤다는 사실을 드러낼 순 없으니 그랬던 것인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렇게들 남한테 관심이 많은 것이다.
그들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늘 그렇게 관심이 많다. 늘 다른 이의 sns를 살피고 근황을 궁금해하고 그러면서 안심하고 혹은 시기하고 혹은 부러워하고 그러는 것이다.
이런 것이 싫다면,
그냥 전화번호를 바꿔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대부분 그런 관심은 그냥 가십거리를 위한 정보 취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것들에 일일이 반응하거나 답을 할 필요도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렇게 우리 삶에 걸리적거리는 피곤한 존재들을 내 삶의 바운더리에서 하나씩 현명한 방법으로 제거해나가는 것이다.
해당 글은 2019년 12월 ~ 2023년 12월 기간 동안, '최해룡'이란 채널명(필명)으로 썼던 브런치 콘텐츠입니다. 2024년 2월 브런치 채널명을 <신흥자경소>로 바꾸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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