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장에선 '재능'보다 '무난함'이 유리하다

튀면 이리저리 망치질 당하거나 뽑힌다

어떤 분야든 '재능'이 압도적으로 가치 있다고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능만이 유일한 답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대한민국 직장에는 그 얘기가 잘 들어맞지 않다고 본다.


대한민국 직장에선 재능보다 <무던함>, <무난함> 등이 '오래 버티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유용한 가치다.




만일 특정 분야 특정 카테고리에 속한 일반 직장에

그 분야 업무에 한해 뛰어난 재능을 가진 A가 입사했다고 가정해보자.


거기에서 오래 버틴 노예들도, 처음엔 A를 잘 챙겨주는 듯 배려도 하고 그랬을지 모른다. 그렇게 A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선배 노예들은 A의 약점을 공략하고 은근히 가스라이팅하고, 업무적으로 이상한 방식으로 괴롭히려 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 노예 및 좀비들이 그 회사에서 괜히 오래 버틴 게 아니다. 살아남는 기술, 그 질긴 생존력(그 회사 안으로만 한정된)은 괜히 얻어진 게 아니다. 자존과 자아를 버리고 한 마리의 애완견처럼 길들여졌기에 얻어낸 그 촉과 감과 내공으로, 재능을 가진 A를 들들 볶으려 들 것이다. 타고난 시기 질투심에 더해,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인 <잘난 놈은 내보내려는> 농간 및 술수가 활발해지는 거다.


그러면, 뛰어난 업무 재능을 가진 A는 그 좀비로 가득 찬 회사에서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에 걸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A의 업무 재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그는 더욱더 표적이 될 것이다. 더욱더 시기 질투, 견제, 왕따의 타깃이 될 것이다. 오히려 A가 애초에 업무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평범한 척, 노예인 척, 좀비인 척했다면 무난한 회사 생활을 이어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입사 전 그 재능 관련 퍼포먼스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든가 해서 특채 및 스카우트 방식으로 그 회사로 흘러들어왔다면, 문제는 커진다. 입사 전부터 각종 좀비 및 노예들이 자기들끼리 이미 수군수군댔을 것이고 이후엔 시기 질투, 견제가 폭발하는 유기체도 나타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업무 재능이 특출 날수록 정치질, 좆목질 분야에선 힘을 못쓴다는 거다. 애초에 튀어서 눈 밖에 났으니, 노예 무리에 속할 수가 없어 좀비들에 정치질로 비빌 수가 없는 거다.


결국 A는 퇴사하거나, 정신병이 걸려 반강제 휴직하는 등의 경로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혹여, 모든 회사의 부장 등 상사들이 애초에 뛰어났기에 그 자리로 올라간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은 지난 글(https://brunch.co.kr/@shinhjks/74)로 대체한다>




위의 예시가 극단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대한민국 직장을 우습게 본 것이다.

위의 사례는 생각보다 무척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 직장에선 적당히 눈치껏 표적이 되지 않고 무난히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정치질)을 습득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게 팩트다. 그렇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특히 업무 실력적으로) 튄다면 망치질이 가해 지거나 뽑히게 된다.


그리고 정말 똑똑하고 용맹한 인간은 애초에 대한민국 직장에서 남 밑에서 오래 다니지 못한다. 그러한 모순과 악습에 질리거나 가성비가 안 나온다 싶으면, 무척 짧은 기간 안에 자진해서 나가버린다. 나가서 창업을 하거나 하는 거다.


물론 세상은 '복잡계'이므로, 튀고 재능이 많은데도 회사에서 잘 적응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례는 또 다른 조건(회장 아들이라든가)이 붙거나 아주 희귀한 케이스일 것이다. 대체로 너무 뛰어나거나, 아니면 애초에 사람 자체가 주변으로부터 늘 주목을 잘 받는 유형(외모가 너무 빼어나거나, 비겁다자, 년살 강한 자 등)은 대한민국 직장에서 상당히 불리하다. 그냥 한 마디로


묻어가는 게 가장 좋다는 소리다.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 튀는 게 미덕인 업종을 제외하고, 다수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그런 토양에선 튀지 않는 게 미덕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튀지 않는 것에 더해, 구체적으로 '무난한' 인간이 가장 좋다. 그렇게 뛰어나지도, 그렇게 못나지도 않은 적정 선에서 업무와 대인관계를 평범하게 하는 유형이 가장 적응하기 좋다. 대기업 입사자들을 보면 노예니 어쩌니 해도 일단은 대체로 인상들이 모나지 않고 교과서적인 정갈함이 몸에서 배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아이큐(만으로 지능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다 해도) 160 짜리 초천재라고 해서 대한민국 직장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천재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하는 가정이 한때 국내에서 유행했던 적이 있다. 우리는 모두 답을 알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굳이 답을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고개를 끄덕끄덕 할 것이다. 한국에선 대기업이든 중소든 어떤 점이라도 튀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거기에서 적응하는 데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냥 무난하고 무던하고 튀지 않는 유형이 베스트다.


자아가 너무 강해도 안 된다. 자존감이나 자아가 너무 강하면(비겁다자) 결국 그게 밖으로 드러나게 되고, 노예 및 좀비들로부터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대한민국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노예화를 받아들이겠다고 각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자아가 강하다?! 애초에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유형이 못 되는 것이다.


혹은 앞서 말한, 알게 모르게 주변으로부터 주목을 잘 받는 다른 유형(년살 강한 자 등)들도 애초에 그냥 연예계나 유튜버, 하다못해 자영업, 프리랜서 등으로 빠지는 게 좋다. 그쪽에서 승부를 보는 게 낫지, 일반 직장을 들어가 좀비들 아래에서 지내게 되면 갖은 고초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쯤 되면 우리는 한 가지 진실에 다다르게 된다. 평범하다고 해서 '왜 난 재능이 없지'라고 한탄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어찌 보면, 그 무난함 자체가 재능이다. 그 튀지 않는 형질 자체가 축복받은 것이다. 일반적인, 일상적인 직장인으로서 비교적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증표다. 적어도 대한민국 직장이라는 무대에선 그렇다.


예를 들어, 연예인 급으로 예쁜 여성 B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길거리를 걸어가기만 해도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의 초절정 미녀다. 그녀가 일반 대한민국 직장을 들어갔다고 해보자. 그녀가 정말 초합금 멘탈 보유자가 아니라면, 갖은 고초를 겪게 될 것이다. 여자 동료, 선후배들의 시기 질투는 물론 남자들의 은근한 관심과 더러운 눈빛에 시달리게 되는 거다. 그쯤 되면 업무적으로도 부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직속 부장이 여자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외모가 아니더라도 이와 비슷한 정도로 주목을 잘 받는 형질의 인간은 일반 직장인이 되기 어렵다.


결국 외모든 어떤 능력이든 그게 뭐든

재능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도, 재능이 있다고 오만할 필요도 없다는 거다.


반대로 튀거나 재능이 있는 사람도 일반 직장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 없다.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방면으로 특화해서 나가면 된다. 대한민국에선 그런 길이 험난한 가시밭길일 가능성이 높다 해도, 직장은 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일찍이 마음 깊이 받아들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해당 글은 2019년 12월 ~ 2023년 12월 기간 동안, '최해룡'이란 채널명(필명)으로 썼던 브런치 콘텐츠입니다. 2024년 2월 브런치 채널명을 <신흥자경소>로 바꾸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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