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3수
2021년 12월, 나는 퇴사를 선언했다.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무엇 하나가 아쉬웠었는데 이번에는 진짜 아무것도 아쉽지 않은 순간이었다. 한 회사를, 그것도 첫 회사를 10년 근속한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고, 이 회사에서 10년을 잘 먹고 살았으니 앞으로의 10년도 준비하고 계획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수차례의 번아웃을 견디고 견딘 시점이었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과 퇴사에 대해 몇 달 동안 의논했다. 오빠도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시기였기에 우리는 결혼을 한 후 같이 퇴사하고 같이 쉬면 어떨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대출도 있는데 둘 다 백수가 되어도 될까?" 싶다가도 앞으로 육아를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최적이었다. 그리고 건강검진 결과, 악성 바이러스를 추적관찰해야 한다는 의사의 통보를 받은 시점이었기에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분명히 쉬어야만 했다. 여전히 12시간 동안 회사에서 일할 수 없었다.
생각을 정리한 후 임원에게 의사를 전했다. 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퇴사 후 어떤 쉼을 갖고 싶은지에 대하여 담담하게 이야기했고 예비남편도 같이 쉬려고 준비 중이며, 당연히 놀기만 하지 않고 자기 계발도 할 것이기에 충분한 쉼 이후에 이 회사에 자리가 있다면 다시 입사할 의향도 있다고 웃으면서 말씀드렸다. 입사 면접 보듯이 퇴사 면접 보는 것 같았다. 다행히 같은 여자로서 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주셨고 너무 아쉽지만 내 의견을 존중한다고 해주셨다.
1,2주일 정도 지났을까. 대표님 면담이 잡혔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비서로서 일했던 이력이 있기에 대표님은 누구보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다. 두 시간 정도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나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드렸고, 대표님은 휴직을 제안하셨다.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 앞으로도 지금처럼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또 한 번 퇴사에 실패하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휴직생활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