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팀원 면담할 때 해주는 이야기
10년 동안 한 회사에 다니다 보니 당연히 열 번의 연말평가를 받게 되었다. 어떤 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고, 어떤 해는 내가 생각한 만큼, 어떤 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낮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어떤 해는 내가 생각해도 보여준 퍼포먼스가 너무 없어 혹시 최하 점수를 받는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한 해의 개인 역량을 오롯이 나만의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는 없다. 모두가 그렇다. 별다른 아이디어나 기획 없이 외부 환경 변화로 매출이 잘 나오는 때가 있고, 내가 기가 막힌 기획을 해도 다양한 이슈로 인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게 회사 아닌가.
그런 회사 안 작은 개인으로서, 나는 회사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만한 이유가 필요했다. 내가 남들보다 자신 있게 잘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고, 주변에서 생각할 때도 그 뭔가를 제일 잘하는 사람은 나여야 했다. 그럼 그 뭔가가 뭘까?
나는 그 뭔가를 [근태]로 정했다. 나의 회사생활 목표는 제일 일 잘하는 직원이 아니라, 제일 출근을 빨리하는 직원이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나는 회사를 제일 빨리 출근하는 직원이었다. 전날에 야근을 10시까지 했더라도 나는 1등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물론 차를 갖고 다니는 영업사원들만큼은 아니지만, 9시 출근할 때는 8시 20분에 도착했고, 8시 출근할 때는 7시 40분에 회사에 도착했다. 고작 20분?! 고작 20분일지라도 직원들이 7시 59분에 허겁지겁 출근할 때, 나는 미리 커피를 내리고 그날 업무계획을 다 작성해 놓았다. 누가 알아주던 말던.
내가 회사를 1등으로 온다고 해서 나를 일 잘하는 직원으로 봐주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한두 달 일찍 출근한다고 해서 내가 부지런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몇 년 동안 꾸준하게 보든말든 알든말든 나는 내 회사생활 목표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랬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믿을 수 있는 직원], [성실한 직원]이 되어있었고, 회사 내 중요한 TF에는 항상 내가 지목되었다.
회사생활 10년을 하며 주변을 보니, 롱런하면서 계속 인정받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모든 회사생활엔 나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모든 일을 중간 이상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언가 한 가지를 월등하게 잘하는 것. 그걸 찾아내는 것이 회사에서 인정받는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회사에서 엑셀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던가 혹은 프레젠테이션을 제일 잘하는 사람, 아니면 우리 회사에서 궂은일에 제일 지원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도 방법이다.
다행히(?) 나는 학창 시절부터 제일 빨리 등교하는 학생이었다. 목수이신 아빠가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5시에 일어나 6시에 일을 나가셨기에 그런 가정환경의 영향으로 나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된거겠지. 고등학교 때는 제일 등교를 빨리한 후 교실의 창문을 열고 칠판을 닦았다. 어느 날 그게 담임 선생님에게도 알려졌는지 내가 성적 1등이 아님에도 교내 우수상들은 내가 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빠한테 감사해야 할 일인 것 같다.)
팀원 면담을 하면서 주절거렸던 말들을 글로서 정리하려니 어렵고 잘 담기진 않는다. 그러나 우리 모두 일개미로서 꼭 자신만의 무기를 찾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