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 지망생'으로 지낸 지 1년 3개월이 되었을 때쯤, 현실을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생길 거라며 꿈에 몰두했지만, 아니었다. 15개월 동안 혼자 작사를 공부하고 주변에 기회를 구하며 나름 치열하게 살았으나, 작사가로 데뷔할 수 있는 길은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이때 느낀 막막함은 꽤나 어둡고 깊었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그동안 꽤 해봤다는 생각에, 나는 마지막 수단으로 뒀었던 '작사 학원 등록'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원비가 벌써 부담이 되었지만 이대로 더는 안 되겠다 싶었던 나는, 작사 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더 키우고 조언도 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먼저 서울 곳곳에 있는 작사 학원들의 커리큘럼과 수업료를 알아보았다. 작사 학원비는 월 4회/회 당 2시간 수업 기준 약 40만 원이었고, 작사가 데뷔반에 들기 위해서는 최소 약 1년 동안 수업 과정을 밟아야 했다. 그렇다면 내가 작사가로 데뷔할 '수'도 있는 기회로 향하는데 필요한 최소 비용은 약 500만 원이었다. 큰 금액이었다. 이전까지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생활이 가능했으나 작사 학원비와 서울을 오가는 교통비, 그리고 작사가 데뷔반에 들어갈 때까지 약 1년 동안 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일을 반드시 구해야 했다.
나는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주객전도가 되지 않도록, 그러니까 막상 일하느라 '작사'를 등한시하는 상황을 막고자 나름의 조건을 세웠다. 첫 번째, 통근 시간이 30분 내일 것. 두 번째, 출퇴근 시간이 정확한 일일 것. 그래야 내가 일을 하더라도 하루에 '작사'를 위한 시간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알아본 바로는 이 조건에 부합하는 일자리가 딱 두 가지였다. 대학교 행정 조교와 아르바이트. 둘은 장단점이 확실했다. 대학교 행정 조교는 근무 시간은 길지만 그만큼 수입이 컸고, 아르바이트는 근무 시간이 적어 작사 공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지만 당연히 수입이 적었다. 처음에는 높은 수입에 욕심이 났지만, 꿈에 닿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니 만큼, 무리하지 않고 내게 필요한 최소 비용만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택하기로 했다.(아르바이트를 못 구할 경우에 대비해 집 근처 대학교 조교 일자리를 알아보고 지원도 했지만, 떨어지거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자리가 갑자기 없어지기도 했다.)
내가 지금 부업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난 아주 감사하게도 이때 매우 좋은 일자리를 구했다. 그리고 겹경사로 곧이어 작사가로 데뷔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작사가 지망생'이 아니라 한국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창작자'가 되었고, 다음 작사 일거리도 얻으면서 작사 학원 등록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저작권료를 받는 작사가라니!'하고 감사함과 설렘으로 가득 찬 나날을 보냈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약속받은 다음 작사 작업은 깜깜무소식이 되었고, 무엇보다 5개월 만에 정산받은 첫 저작권료가 내게 큰 충격이었다.
곡이 발매되고, 5개월 뒤부터 매 달 그 곡에 대한 저작권료가 나온다. 이에 따라 첫 저작권료는 발매된 첫 달에 발생한 곡 사용량과 저작권 분배율에 의해 지급되는데, 나의첫정산금은무려...1만원이었다. 그러니까 '작사'로 한 달 동안 발생한 나의 수입이 1만 원인 것이다. 통장에 찍힌 금액은 소중했지만, 밥벌이로는 턱없었다. 저작권료가 들어오면, 힘이 되어준 고마운 친구들에게 밥도 사고 부모님과 동생에게 용돈도 주고 싶었던 내 계획은 우습게 무산되어 버렸다. 내인생가장추운여름이었고, 이게진짜현실이었다. 부업을 구해놓지 않았더라면, 더 막막한 현실이었을 것이다.
작사가로 데뷔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나의 저작권료 통장에 들어있는 금액은 총 218,053원이다. 아까워서 1원도 쓰지 못하고 모아 두고 있다. 5개월 만에 받은 첫 정산금이 1만 원인데 현재 총금액이 약 22만 원이나 되는 건, 새로 의뢰받은 두 번째 작업에 대한 계약금으로 20만 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계약금까지 받았지만, 두 번째 작업도 현재 무기한 연기인 상태이다. 작업 의뢰가 종종 들어오긴 해도, '의뢰'가 '결과'가 되어 '수입'까지 연결되는 데는 갈 길이 참 멀다.
쉽지 않다. 정말로 쉽지 않지만, 나는 '작사가 신효인'이라는 존재로 끝까지 이 세상에 두 발 붙이고 있을 거다. 그러면서 기회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또 감사하게 기회가 생기면 그 기회를 잡기도 하고. 나의 오랜 꿈인 만큼, 간절한 만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