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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가 신효인 Mar 06. 2022

작사가이자, 10수생 브런치 작가의 꿈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작사가님은 꿈이 뭐예요?


곡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진짜 작사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곡 작업을 위해 처음 만난 작곡가님으로부터 받은 질문이었다. 오랫동안 나의 꿈은 '작사가가 되는 것'이었고, 그 꿈을 이룬 상태였던 당시에 이 질문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이제 내 꿈은 뭐지?'하고 버퍼링이 잠깐 걸렸지만, 답변을 기다리는 상대를 위해 부랴부랴 '언젠가 이룰 막연한 꿈'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았다.


나는 원래 '드라마 OST 작사가'가 되고 싶었다. 중요한 순간에 드라마 스토리를 더 극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OST의 역할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마저 전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놓은 듯한 가사들을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라마가 종영하고 나서도, OST는 내 가슴에 참 오래도록 남곤 했다. 수년이 흐른 뒤 OST를  다시 들으면 해당 드라마와 그 드라마를 보던 당시의 나, 감정, 계절, 공기 등 모든 게 생각이 난다. 그래서 드라마와 함께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 드라마 OST 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작사가 지망생 시절 초반에, 아는 작곡가 언니에게 '드라마 OST 작사가'가 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때 언니는 부정적인 이야기만 해서 미안하지만, '어렵다'라고 딱 잘라 이야기했다. 정확하게는 드라마 OST를 떠나서, 작사 일거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는 참 복합적이었는데, 간단하게 몇 가지만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1) 작곡가들이 대부분 가사까지 직접 쓰기 때문에, 작사가를 따로 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 작사는 작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전문적으로 생각하는-아무나 할 수 있다는- 인식과 저작권료 때문에, 작곡가가 가사까지 완성해서 곡을 팔아도 중간에 이름 모를 사람으로 작사가가 바뀌어 곡이 발매되는 경우가 많다.
3) 기존에 같이 일했던 사람과 계속 일을 하려는 성향이 짙은 업계 특성상, 뉴페이스가 곡 작업을 따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언니 말대로 정말 어려운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작업 의뢰가 들어오는 한 곡, 한 곡이 내겐 정말 소중했다. 의뢰가 들어온 곡이 드라마 OST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드라마 OST 작사가'라는 꿈은 내가 작사가로서 네임 벨류가 생기면, 그때 다시 도전해봐야겠다는 막연한 꿈으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내게 '꿈'을 물어보셨기에 난 소신껏 '드라마 OST 작사가'가 되고 싶다고 대답을 했다. 이를 들으신 작곡가님은 업계 상황을 귀띔해주셨다. 필드에 드라마 OST를 전문으로 맡는 작사가가 따로 있지는 않으며, 드라마 OST 음악 감독님들께서는 보통 같이 작업하는 '팀'이 있고 드라마 제작사와 향후 2년 치 정도 미리 OST 작업 계약이 되어있다고 하셨다. 이런 필드에 실용음악과 출신이 아닌 내가 끼어들 자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이셨다. 막막한 현실을 다시 한번 체감했지만, 아직 쓴 맛을 덜 봤는지 패기가 남은 나는 진출 매뉴얼이 없다면 나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안 된다'라고 생각하고 말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이 안 된다. 내게는 해낸 '롤 모델'들이 있다. 김이나 작사가님, 황유빈 작사가님처럼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꿈을 이뤄내서,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 성실하게 나아가서, "좋은 가사가 필요한데 어디 믿고 맡길 사람 없나?" 싶을 때 떠오르는 작사가가 되는 게 내 꿈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에세이집 발간'을 말씀드렸다. 많이 쓸 때는 1년에 책 두 권 분량이 나오기도 할 만큼, 일기를 많이 쓰는 내게 '일기장'은 큰 자산이었다. 나의 내면과 내가 겪은 세상을 담은 일기를 모아서 언젠가 책으로 내고 싶었다. 에세이집을 내고 싶다는 내 말을 들은 작곡가님은


 에세이집을 내기 위해서 무언가 하고 있는 게 있나요?


라고 물어보셨다. 그 순간, 머리가 띵-했다. '에세이집 발간'이 꿈이라면서, '언젠가' 이 세 글자를 꿈을 미루고 있는 자신에게 주는 면죄부로 여기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사실 '언젠가'라는 말은  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에세이집 발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판사 문을 두드려 내 일기장을 쥐어주고 책을 내달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브런치에서 꿈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꿈에 한 발짝 다가간다는 설렘과 내 글에 대한 자신감으로 당차게 작가 신청을 했지만, 아주 대차게 떨어졌다. 신청서 수정-재신청-탈락을 거듭하며  3개월이 흐르는 동안 어느새 '브런치 작가 지망 10수생' 되어있었다. 아홉 번의 고배를 마시는 동안 세상으로부터 나 자체를 거절당하는 듯한 느낌에 좌절감이 들기도 했지만, 10번의 도전 끝에 결국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50명의 독자'가 생기는 꿈은 감사하게도 지난달에 이루어 지금은 '100명의 독자'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꿈이고, 더 크게는 이곳의 글들을 모아 브런치북과 에세이 집을 내는 게 꿈이다.

도미노처럼 시작은 언제나 작고, 불안정하고, 미약하다. 그 미약함의 연속으로 처음보다는 꽤 큰 도미노를 넘기고, 나중에는 저 멀리 있는 큰 도미노도 쓰러트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난 오늘도 달려본다.




여러분은 어떤 꿈을 갖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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