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경험자가 보내는 편지
브런치 작가는 '통계' 페이지에서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고 내 글에 닿았는지 확인할 수가 있다. 여러 유입 키워드들 사이에서 '죽을 만큼 힘들 때', '미움받는 곳에서 살아남기', '혼자 할 수 있는 직업' 또는 '학교 폭력 트라우마'등 을 발견할 때면 난 가슴이 미어지곤 한다. 그리고 동시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검색창에 이 말을 검색하고, 나의 브런치까지 오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이른 오늘 아침, 한 독자가 [따돌림 피해자 학교 가기 창피]를 검색하고 내 글에 닿은 걸 발견했다. 분명 학생이었을 것이다. 등교하기 전에 혼자 위와 같이 검색해보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오늘은 이 학생 때문에 이 글을 적게 되었다. 학교 폭력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이전에 써둔 나의 학교 폭력 관련 글에 이어서 이 글에도 닿는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누나인지, 언니인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말을 건네기 전에 너를 먼저 꼭 안아주고 싶다. 정말 따뜻하게 꼬옥 안아주고 싶다. 등도 두드려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다친 데는 없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네 맘은 어떤지 물어봐주고 싶다. 검색창에라도 너의 고통을 적고, 이 글을 읽고 있어 줘서 고마워 정말.
주변에 네가 지금 처한 상황을 직접 고백하기가 쉽지 않은 거 알아. 나도 그랬어. 부모님께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고, 도와달라고 말할 친구도 없고, 학교 선생님께 말했다가는 애들이 알게 되어 나를 더 괴롭힐까 봐 두려워서 말할 수가 없었어. 내가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한 뒤에, 파도처럼 밀려올 상황을 혼자 예상해보고는 겁이 났었나봐. 차라리 말 안 하고 버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오랜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인해서, 걔네에게서 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길들여졌었던 거지. 학교 폭력을 밝혀도 상황이 해결되기는커녕, 걔네가 내 인생 끝까지 쫓아올 것 같았어.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아. 절대. 언니가, 누나가 그 시간을 걸어 나와 보니까 아니더라.
네가 네 자신을 하루빨리 구해줘. 주변 어른들과 전문가들을 믿고 도움을 청해서, 네가 너를 구해줘. 나는 하루, 한 달, 1년을 지나 7년을 버텼는데, 너무 후회되는 거 있지.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후유증도 오래 가더라고. 학교 폭력은 절대 혼자 해결할 수 없어. 그렇다고 해서 혼자 감내해야 할 일도 아니야. 절대 아니야. 폭언과 폭력은 그 어떤 상황에서, 그 어떤 이유로도, 그 누구에게도 용납될 수 없는 거야. 주변에 너의 상황을 꼭 알렸으면 좋겠어. 가족이나 담임 선생님께 차마 말하기가 어렵다면 교내에 위클래스도 좋고, 아니면 '전국 학교 폭력 상담 전화' 1588-9128에 이야기해도 좋아. 어른들이, 전문가 선생님들이 도와줄 거야. 나도 어른들의 도움 덕에 그 어둡고 긴 터널을 나올 수 있었어.
네 탓도, 네 잘못도 아니야. 용기 내. 괜찮아. 도움을 청하는 순간부터 상황은 반드시 좋아질 거야.
거야.
너의 학창 시절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게, 많은 어른들이 함께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