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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가 신효인 Apr 19. 2022

학교 폭력을 겪고 있는 너에게

학교 폭력 경험자가 보내는 편지


브런치 작가는 '통계' 페이지에서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고  글에 닿았는지 확인할 수가 있다. 여러 유입 키워드들 사이에서 '죽을 만큼 힘들 ', '미움받는 곳에서 살아남기', '혼자   있는 직업' 또는 '학교 폭력 트라우마'  발견할 때면  가슴이 미어지곤 한다. 그리고 동시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검색창에  말을 검색하고, 나의 브런치까지 오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이른 오늘 아침, 한 독자가 [따돌림 피해자 학교 가기 창피]를 검색하고 내 글에 닿은 걸 발견했다. 분명 학생이었을 것이다. 등교하기 전에 혼자 위와 같이 검색해보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오늘은 이 학생 때문에 이 글을 적게 되었다. 학교 폭력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이전에 써둔 나의 학교 폭력 관련 글에 이어서 이 글에도 닿는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누나인지, 언니인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말을 건네기 전에 너를 먼저 꼭 안아주고 싶다. 정말 따뜻하게 꼬옥 안아주고 싶다. 등도 두드려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다친 데는 없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네 맘은 어떤지 물어봐주고 싶다. 검색창에라도 너의 고통을 적고, 이 글을 읽고 있어 줘서 고마워 정말.

주변에 네가 지금 처한 상황을 직접 고백하기가 쉽지 않은 거 알아. 나도 그랬어. 부모님께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고, 도와달라고 말할 친구도 없고, 학교 선생님께 말했다가는 애들이 알게 되어 나를 더 괴롭힐까 봐 두려워서 말할 수가 없었어. 내가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한 뒤에, 파도처럼 밀려올 상황을 혼자 예상해보고는 겁이 났었나봐. 차라리 말 안 하고 버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오랜 괴롭힘과 따돌림으로 인해서, 걔네에게서 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길들여졌었던 거지. 학교 폭력을 밝혀도 상황이 해결되기는커녕, 걔네가 내 인생 끝까지 쫓아올 것 같았어.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아. 절대. 언니가, 누나가 그 시간을 걸어 나와 보니까 아니더라.

네가 네 자신을 하루빨리 구해줘. 주변 어른들과 전문가들을 믿고 도움을 청해서, 네가 너를 구해줘. 나는 하루, 한 달, 1년을 지나 7년을 버텼는데, 너무 후회되는 거 있지.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후유증도 오래 가더라고. 학교 폭력은 절대 혼자 해결할 수 없어. 그렇다고 해서 혼자 감내해야 할 일도 아니야. 절대 아니야. 폭언과 폭력은 그 어떤 상황에서, 그 어떤 이유로도, 그 누구에게도 용납될 수 없는 거야. 주변에 너의 상황을 꼭 알렸으면 좋겠어. 가족이나 담임 선생님께 차마 말하기가 어렵다면 교내에 위클래스도 좋고, 아니면 '전국 학교 폭력 상담 전화' 1588-9128에 이야기해도 좋아. 어른들이, 전문가 선생님들이 도와줄 거야. 나도 어른들의 도움 덕에 그 어둡고 긴 터널을 나올 수 있었어.

네 탓도, 네 잘못도 아니야. 용기 내. 괜찮아. 도움을 청하는 순간부터 상황은 반드시 좋아질 거야.
 거야.



너의 학창 시절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게, 많은 어른들이 함께 할 거야.

넌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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