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시선으로 본 한국여행
최근에 아일랜드에서 사귀었던 대만 친구가 서울을 방문했다. 거의 3년 반 만에 만나서 매우 설레었다. 원래, 한국을 오고 싶어 하는 마음은 크게 없었다고 한다. 단지, 친구의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에 매우 빠져있었어서 어머니 때문에 한국을 오게 되었다고 한다. 나한테 이번 한국여행은 자칭 '효도여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오기 전부터 나한테 호텔은 어느 곳이 조금 더 좋은지, 한복은 미리 예약하면 좋을지 물어봤었다. 그러면서 친구가 질문만 몇 가지 하는데도 어떤 식으로 여행을 할지 구상이 가는데 상상만으로도 매우 들떠있었다. 몇 년 전에도 대만, 러시아, 홍콩 친구들을 위해 가이드를 해준 적이 있지만, 코로나 이후로 거의 4년 만에 외국친구를 데리고 오랜만에 서울을 여행하는 거라 나도 덩달아 신났다.
친구는 거의 4박 5일 일정으로 서울만 여행하기로 했고 나는 3일째 합류하기로 했었다. 3일째부터는 경복궁으로 향했다. 경복궁을 가려면 광화문역 4번 출구로 나가서 한복을 먼저 입고 들려야 해서 4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그러나, 친구는 지하철 출구를 찾지 못했다. 내가 근방으로 계속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발견할 수 있었다.
경복궁 가기 전에 한복을 빌릴 곳을 찾았다. 4번 출구로 나오면 엄청나게 많은 한복집이 있었고 바로 보이는 곳으로 곧장 들어갔다.
한복집 직원분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하셨고 한복의 종류를 설명하는데 엄청나게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원래 한국드라마에 나오는 '중전마마' 스타일을 입고 싶었으나 대체적으로 개량한복이라 없었던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나름 이쁜 한복을 고르고 머리도 추가로 돈을 지불하고 딱 나오는데 어렸을 적 결혼식에 내가 한복을 입고 갔던 게 생각났다.
이렇게 친구가 한복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었다. 친구는 일본을 7,8번 정도를 방문했는데도 기모노를 입지 않았다고 했다. 기모노는 외관상으로만 봐도 불편해 보였다고 했지만 한복 같은 경우는 한국드라마에서 장엄하게 앉아있는 왕과 왕비를 보며 기품 있고 옷의 역사도 깊고 재질은 덥지만 돌아다닐 때 불편하지 않아 보여서 입고 싶다고 말했다.
날씨는 비록 덥지만, 경복궁에 도착하여 한국의 역사를 아는 대로 설명하였다. 매번 외국친구들을 경복궁으로 데리고 올 때마다 역사공부를 더욱더 자세하게 배워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간단한 역사지식이 경복궁을 다 담기에는 부족하여 다 구경하고 옆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향한다. 나는 어느 나라를 가던지 항상 그 나라의 박물관이나 역사관을 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한국만큼은 특히 고궁박물관은 경복궁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외국친구들이 오면 데리고 간다. 고궁박물관은 돈을 낼필요가 없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더욱 경복궁을 들렸다면 한 번은 가볼 만하다. 4년 전과는 다르게 더 세련되고 설명도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비록 경복궁 밖의 시끌벅적한 것보다는 사람이 적어 고요했지만, 한국의 역사를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장소였다.
우리는 이후에 북촌한옥마을과 창덕궁을 들렸고 이후에 어머니가 가장 가고 싶어 하셨던 포장마차를 갔다. 초반에는 을지로에 소위 '힙'하다는 포차거리에 가서 치맥을 먹었고 종로 3가쪽으로 오면 쭉 포장마차 거리가 있는데 이곳에 착석했다.
어머니는 드라마에서 이러한 포장마차를 많이 봤다면서 엄청 좋아하셨다. 그리고 다행히 메뉴판에는 외국인들이 꽤 오는지 중국어와 영어가 적혀있었고 우리는 막걸리, 닭발, 해물파전을 시켰다.
막걸리를 담는 컵을 보고는 이것도 한국드라마에서 봤다면서 주로 이렇게 마시냐고 물어보기도 하셨다. 이렇게 현지인이 없다면 오기 힘든 곳을 와서 너무 좋은 경험을 하는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했다. 나도 이날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서울여행을 하는 것 같아 재밌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에는 이화여대와 남산타워를 갔다. 특히 남산타워는 한국인이 매우 적을 정도로 어디 '서울시 싱가폴동'에 온 것처럼 해외여행 온 것처럼 느껴졌다.
어렸을 때 오고 말았던 곳이었기 때문에 내가 더 들뜬마음으로 왔었다. 그새 많은 것들이 바뀌어있었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층 더 '한국의 미'가 남겨져있었다.
참고로 남산타워가 'N서울타워'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예전에 일했을 때 바뀐 건 알고 있었지만, 친구가 갑자기 중국어로 서울타워라고 하길래 서울타워가 뭔가 싶었더니 남산타워였다. 개인적으로 이름이 바뀐 건 좀 아쉽긴 했다. 한국인들한테는 남산타워가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렇게 이틀째까지도 같이 돌아다니면서 마지막날에는 내가 시간이 되면 만나기로 했는데 다행히 다른 일정은 없어서 마지막까지 함께 놀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까지 가기가 너무 힘들었었다. 게다가, 웬만해서 서울은 구경한 것 같고 혹시 대만 친구와 대만친구 어머님한테 일정이 없다면 내가 사는 곳으로 오는 것은 어떤지 제안하였고 흔쾌히 수락했다. 게다가, 마침 우리 엄마와 엄마친구도 만나기로 해서 같이 만나는 게 어떻냐고 물어봤고 친구와 어머님도 좋다고 하셔서 최종적으로는 총 5명끼리 만나기로 했다.
엄마가 차를 가지고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강원도 토속 음식을 점심으로 먹고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들이 좋아하실만한 카페,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역사적인 곳도 방문하였다. 제대로 된 한국여행을 하고 간 대만친구와 어머니는 매우 만족하고 한국을 떠났다.
이렇게 현지인, 그것도 나이대가 비슷하지만 국가가 다른 분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는 참 희귀하다고 생각한다. 말은 안 통해도 나랑 대만친구랑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면서 통역을 하면서 더더욱 대만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서로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최종적으로 대만친구가 한국여행에 총평을 하였다. 바로, 지하철 타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 것이다. 일단, 계단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가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10만 원 주고 운동화를 샀다. 지하철에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가 너무 없어서 2월에 방문한 대만친구들은 결국 지하철을 포기하고 지상에서 걷는 것을 택했다. 그만큼 외국인들한테 우리나라 지하철은 매우 타기 힘들다고 하였다. 나 같은 한국인은 워낙 익숙해져서 몰랐는데 이번에 온 대만친구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외국인친구들이 느꼈던 것들이었다.
또한, 지하철 표지판이 어렵다고 한다. 환승을 하려면 딱 몇 개의 지하철역만 표시가 되었고 자주 잘못 타거나 너무 몰라서 헤매거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한국인 분들한테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며 한국인 아저씨가 어떻게 가는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줘서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몰랐지만, 그 이후로 지하철을 탈 때마다 어플이 아닌 외국인들처럼 지하철에 있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고 계단이 몇 개가 있는지 세어보게 되었다. 기존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탔던 거를 다시 한번 한국의 지하철이 어떤지 관찰해 보았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한없이 내려갔다가 걷고 다시 또 올라가는 걸 반복하는 이 지하철에서 여전히 누군가에게 있어 한국의 지하철 강도는 최상위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좋은 운동화뿐만 아니라 계속 이렇게 많이 걷는 상황에서 참을성이 있는 좋은 여행동반자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물론 휴식을 취하러 갈 수도 있지만 나한테 있어 여행의 목적은 대체적으로 많이 걷고 또 걷는 게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럽여행을 하면서 많이 돌아다녀서 발도 아프고 했지만, 그때는 세계여행을 했으니 당연히 이 정도 많이 걸어 다리가 아프다고 느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날 서울에서 무려 28000걸음을 넘게 걸었다. 엄청 먹었는데도 살이 찌지 않았다. 거의 유럽여행하듯이 국내에서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요즘, 걷는 여행을 외국이 아닌 한국에서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꼭 외국이 아니어도 좋다. 결국 누가 내 옆에서 함께하고 어떻게 여행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낀 오랜만의 서울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