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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Nov 15. 2021

숨 고르기

#수험생활 3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지난 두 달 반은 정말 휴식기간이었을까?


가족들, 친구들과 부지런히 함께 시간을 보냈다. 마치 본인이 수험생인 것처럼 일절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직장동료들과도 맥주 한잔 하지 못한 남편을 위해 남편 친구들과 직장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였다.

남편과 함께 갔던 제주도 여행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하였다. 풀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바다에서 패들보드를 탔다. 우도에서는 바이크를 타며 981 파크에서는 카트를 타며 스피드를 즐기기도 하였다. 집돌이인 남편이 활동적인 나를 위하여 준비한 여행이었지만, 마음껏 즐기지는 못했다.

서울 근교의 아웃렛에 가서 쇼핑을 할 때에는 집에만 있는 수험생에게 좋은 옷은 사치라며 남편 옷을 열심히 골라주었다.

결과가 나오면 다시 1년여간의 시간을 책상에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교수님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충분히 쉬었으니 결과가 나오면 바로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합격자 발표일에 나의 멘토이자 스승인 교수님께 전화가 왔다. 어쩌면 그날이 합격자 발표일인 줄 알고 전화를 주셨을지도 모르지만, 교수님께서는 아침부터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바로 불합격 소식을 담담하게 전해드렸다.  

올해 내 사정을 다 알고 계셨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일단 조금 쉬었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내 성격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못했을 것이라며, 조금 쉬었다가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

그제야 나도 지난 두 달 반을 다시 돌아보았다. 단 하루도 늘어져 있었던 날이 없었다. 다양한 이유로 매일매일 또 열심히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다음 주부터 나는 다시 수험생활을 시작한다. 이번 한 주는 ‘숨 고르기’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작년과 올해 모두 소수점 점수 차이로 불합격을 하게 되었으나,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작년에는 오롯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그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앞으로 무엇을 얼마나 더 해야 합격할 수 있는 것인지 막막했다. 올해는 리모델링과 코로나라는 사정과 시험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큰 실수가 있었으므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쉬웠다. 오히려 작년과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에 감정 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시간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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