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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Nov 23. 2021

리모델링 계약서 쓰기 및 실측하기

#집 4

네 곳의 리모델링 업체 미팅 후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을 하였으나 최종 확정을 하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졌다. 최대한 우리가 원하는 일정을 확보하고 싶었고, 귀한 시간을 내준 업체 관계자분들이 오래 기다리시지 않게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전달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미팅을 진행하였던 에이프릴트리에 대략적인 견적이라도 알 수 있는지 연락을 드렸다. 본의 아니게 견적서를 독촉한 셈이 되었지만, 감사하게도 바로 당일에 세 가지 타입의 구조별로 작성한 견적서를 보내주셨다. 견적서를 확인하고 우리는 바로 리모델링을 진행하겠다는 확답을 드렸다.



#계약서 쓰기


견적서를 받은 날로부터 며칠 뒤 업체 사무실에서 다시 미팅을 했다. 세 가지 타입의 구조 중 어떤 구조로 공사를 진행할지 결정하여 말씀드리고, 계약서 초안을 받아왔다. 큰돈이 들어가는 중요한 공사인만큼 우리도 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하여 수정이 필요하거나 추가해야 하는 내용을 알려드리기로 하였다.


그동안 네이버 카페 ‘셀인’에서 리모델링 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이나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을 열심히 찾아보았기에 계약서에 꼭 명시하여야 할 내용들을 대략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집’에서 리모델링 계약서를 쓸 때의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글도 정독하고, 리모델링 표준계약서도 찾아서 확인하였다. 업체에서 주신 계약서 초안에는 기본적인 내용이 대부분 들어가 있었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수정하거나 추가하였다.


1. 추가 비용이 드는 공사를 진행해야 할 경우 반드시 우리와 상의 후에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 상의 없이 공사를 진행하여 트러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 지연손해금. 우리가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이 늦어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업체에서 완공일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에도 지연손해금을 정하였다.

3. A/S 기간. 공정별로 각각 A/S 기간이 다른데, 법정 기간이 있으므로 이에 맞추어 계약서 내용을 수정하였다.


잔금 비율을 조정해보려고 하였으나 잔금을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시며 중도금을 두 차례 나눠서 지불하는 것으로 조정해주셨다. 공정별로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가 꽤 크다 보니 부득이하게 잔금 비율은 낮추고 중도금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주셨다.

사실 잔금이 크지 않으면 대략적인 공정이 마무리된 후 하자보수를 할 때에 차일피일 보수를 미루거나 업체가 잔금을 포기해버리고 그대로 잠수를 타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잔금 비율을 높이고 싶었다. 완공 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중문이 바닥에 쓸린다고 하니 바로 우리집으로 달려와주신 걸 보면 괜한 걱정이었다. 업체 후기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일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실측 하기


가장 좋은 실측 시기는 바로 견적서를 작성하기 전이다. 인터넷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아파트 평면도나 관리사무소에서 받을 수 있는 단위세대 평면도는 벽 두께 등이 고려되지 않아 치수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통하여 구체적인 견적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평면도상으로는 철거가 불가능한 내력벽인지 여부가 식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실측을 통해 직접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실측을 통하여 구조적인 부분이나 치수 등을 확인한 후 견적을 받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집이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계약서를 쓴 이후로 실측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시국에는 세입자가 외부인 출입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고, 세입자의 허락을 받는다 하더라도 가구나 가전 등으로 꽉 찬 집 내부를 실측하는 것보다 비어있는 집을 실측하면서 집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더 좋다. 특히 우리는 이미 확장되어 있던 서재방 확장부 바닥에 보일러 배관이 깔려 있는지(확장부에 가구가 있는 상태였다.), 안방 옆 발코니에 있던 붙박이장과 날개벽이 철거가 되는지(발코니에도 살림살이가 가득 차 있다고 하였다.)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서 비어있는 집을 실측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모든 마감재를 철거하고 샤시까지 교체할 예정이었으므로, 어떤 부분은 살리고 어떤 부분을 교체할지 상태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전체 리모델링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리모델링을 하길 원한다면 모든 짐이 다 빠지고 나서 바닥이나 벽, 타일, 싱크대 등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짐이 있는 상태에서는 가구나 가전 등에 가려져 있던 바닥이나 벽이 얼룩져있거나 싱크대나 붙박이장 등의 가구 일부가 무너져있는 등의 문제를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세입자가 이사 나가는 날 오후 실측을 실시하였다.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집 내부를 본 날이기도 했다.

그래도 체리색 몰딩이 아닌, 나름 세련된 화이트 몰딩의 집이었다.

대표님과 디자인 실장님께서 공간마다 가로, 세로 길이와 천장 높이를 레이저 줄자로 측정하셨고 구체적인 치수는 2D 평면도로 정리해서 보내준다고 하셔서 나는 다른 집 상태에 집중하였다. 살펴보다가 의문이 생기면 현장 실장님께 이것저것 여쭤보기도 하였다.

실측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확인하였다.


1. 평면도보다 다소 좁은 공간들. 역시 평면도에는 벽의 두께는 고려되지 않았다.

2. 구축이라 천고가 낮은 편. 그래도 실링팬을 설치하기로 하였다(서서 손을 뻗으면 실링팬에 손이 닿는다. 실링팬 근처에서 절대 기지개를 켜서는 안 된다.)

3. 서재방 확장부에 연장되어 있는 보일러 배관.

4. 안방 옆 발코니의 붙박이장과 날개벽은 철거 가능. 계획대로 세탁실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before / after

5. 화장실 천장 높이기 가능. 디자인 실장님께서 화장실 천장을 높일  있는지 물어보셨고, 현장 실장님께서 천장  설비들을 확인하시곤 고개를 갸웃거리시며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대표님께서는 디자인과 현장 사이를 조율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하시며, 최대한 천장을 높여 예쁘게 만들어주겠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장난식으로 웃으며 대화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여러 공간에서 대표님의 노력의 결실이 보인다. 우리집은 예쁘지만,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6. 누수 없음. 특히 베란다 우수관 등에서 누수가 종종 발견된다고 하는데, 육안으로 봤을  누수로 보이는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고 목공 작업을 하면서 서재방 확장부에 있던 우수관에서 누수가 발견되었다. 확장부 외벽의 단열을 위하여 철거를 하다가 확장부  안에 우수관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목공 작업을  때쯤에 비가  덕분에 누수를 발견할  있다. 누수의 원인을 찾기 위하여 윗집에도 양해를 구하고 확인해보았으나 정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하였고, 우수관 근처 콘크리트 균열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추측 하에 실리콘으로 틈을 매워주셨다. 이후 비가 오는 날에도 추가적인 누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단열재로 벽을 다시 덮었다.

7. 콘센트 위치 확인. 가구와 가전 배치를 미리 계획하면 위치에 맞게 콘센트를 증설할  있다. 콘센트를 증설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벽을 부시는 일명 까대기 작업을 해야 하는데, 소음도 엄청나고 분진도 날리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기존 콘센트 위치를 확인하고 최대한  위치에 맞추어 가구와 가전을 배치한 후에 그래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미리 정확한 위치를 표시하여 증설을 요청드리는 것이 좋다.

8. 인터넷 랜선 콘센트 위치 확인. 보통 아파트에는 거실이나 각 방에 모두 랜선 콘센트가 있고, 요즘에는 무선인터넷으로 아이패드나 노트북 등을 사용하는 데에 무리가 없으므로 랜선 콘센트 위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은 재택근무를 종종 하기 때문에 컴퓨터에 랜선을 연결하여 사용할 계획이었다. 따라서 서재방은 남편 책상 옆으로 랜선 콘센트를 하나 더 설치할 것을 요청드렸다.

원래 정면에 보이는 책장 뒤에 랜선 콘센트가 있었으나, 좌측의 남편 책상 옆으로 하나 더 증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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