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6
우리집은 주방을 확장하면서(주방 옆 발코니 일부를 보조주방처럼 사용하고 있다.) 세탁실을 안방 옆 발코니로 옮겼다. 이런 구조 변경은 설비 공사를 수반하게 된다.
세탁기를 사용하려면 상수도관(냉수, 온수)과 하수도관이 있어야 한다. 구축 아파트는 대부분 안방 옆 발코니에 냉수관만 있고, 우수관(비로 인한 물을 배수하는 시설)이 있다. 우수관은 말 그대로 빗물을 배수하는 관이라 세탁기에서 배수되는 많은 양의 물을 감당할 수가 없다. 즉 이곳에서 세탁기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배수시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세탁기에서 배수되는 물이 안방 화장실로 배수될 수 있도록 하수도관(배수관)을 안방으로 빼서 안방 화장실로 연결하였다.
안방 화장실 세면대는 원래 양변기와 같은 벽면에 있었지만 배수관을 가리기 위해 우측 벽면에 수납장을 만들고 그 위에 탑볼 세면대를 설치했다. 이렇게 화장실이나 주방의 수전 위치를 바꿀 때에도 설비 공사가 필요하다.
보일러 배관을 연장하거나 보일러 분배기를 교체하는 것도 설비 공정에서 이루어진다.
거실을 확장하면서 보일러 배관이 깔려있지 않았던 발코니 바닥에 보일러 배관을 연장하였고, 화장실 바닥에도 보일러 배관을 연장하여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샤워를 할 수 있게 하였다. 사실 화장실 환풍기 중 온풍 기능이 있는 것을 설치하고 싶었는데, 천장이 낮은 편이라 그러한 고급 기능이 있는 환풍기를 설치하기 어렵고(평균적인 스펙의 환풍기보다 부피가 큰 모양이다.) 전기를 많이 먹어 두꺼비집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하여 포기했다. 구축의 한계에 부딪혀 실망하던 우리에게 업체에서 주신 선물이 바로 화장실 바닥에 보일러 배관을 연장하는 것이었다.
보일러 분배기는 방이나 거실 등 각 공간마다 온수를 분배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분배기가 노후되면 바닥이 데워지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특정 공간은 보일러를 켜도 바닥이 따뜻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보일러 본체를 교체하면서 배관 청소도 하고(본체 교체와 배관 청소는 보일러 업체와 개별적으로 연락해서 진행하였다.) 보일러 분배기도 교체하였다. 아파트는 대부분 싱크대 안에 보일러 분배기가 숨어있기 때문에 주방 공사를 할 때 보일러 분배기를 교체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전기공사는 전기 콘센트 및 랜선 콘센트, 그리고 조명과 조명 스위치를 설치하는 작업으로 이해하면 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전기는 공정 중간중간 공사가 필요한데, 가장 먼저 시작되는 전기 공사는 철거 다음에 진행하는 ‘까대기’ 작업이다. 까대기는 콘크리트 벽 속에 숨은 전기배선을 기존 전기 콘센트와 다른 위치로 빼내기 위해 콘크리트 벽을 뚫는 작업이다. 소음도 크고 콘크리트 분진도 많이 발생한다. 이후 목공 작업이 시작되고 단열재 등으로 벽이 덮인 후에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사전에 가전 및 가구 배치를 어떻게 할지 고려하여 콘센트 위치를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인덕션이나 에어컨 등 소비전력이 높은 가전은 별도의 배선 작업을 해야 하므로 시공 시 참고하실 수 있도록 알려드려야 한다.
목공 공정에서도 전기 공사가 함께 진행된다. 목재나 단열재 등으로 벽이나 천장을 덮을 때 전기배선의 위치를 계속 잡아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에 전기 콘센트나 랜선 콘센트, 조명과 조명 스위치의 위치가 정해진다. 우리가 공사를 진행한 업체에서는 조명 스위치의 위치나 한 스위치로 묶이는 조명의 범위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서 시공을 해주셨다. 거실과 서재는 향후에 원하면 실링팬을 떼고 메인 조명을 달아 사용할 수 있도록 실링팬 자리에도 스위치를 연결해주었다.
도배 후에는 콘센트나 스위치 커버를 예쁘게 씌워주고, 조명을 설치한다. 전체적으로 3인치 매입등으로 설치하였고 엣지등(요즘 거실이나 주방 등에서 많이 쓰는 LED조명으로 등의 면적이 넓은만큼 밝은 편이다.)은 설치하지 않았다. 음식을 하는 주방이나 모니터나 책을 보는 서재는 어느 정도 조도가 확보되어야 하지만, 주방은 상부장 간접조명이 있고 서재는 필요한 경우 탁상용 스탠드를 사용하면 된다는 판단하에 매입등만 설치하였다.
우리집에서 간접조명은 총 네 군데에 설치되어 있다. 현관 신발장 아래, 거실 커튼 박스, 주방 상부장 아래, 주방 키 큰 장 중간. 사실 거실 커튼 박스나 주방 키 큰 장 간접조명은 잘 켜지 않지만(관상용으로 가끔 켜보면 예쁘다.) 현관 신발장 아래와 주방 상부장 아래 간접조명은 공간의 분위기도 바꾸어주고, 필요한 위치를 환하게 비춰주어 실용적이다.
보통 다이닝 테이블 위 천장에 예쁜 펜던트를 달아서 포인트를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집은 테이블을 거실 확장부에 두었는데, 무 몰딩에 화이트 벽지, 네모반듯한 유리블록으로 이루어진 심플한 거실 컨셉에 펜던트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아서 테이블 위 천장에 매입등 3개만 설치하였다.
대신 안방 가벽 앞과 안방 화장실에 펜던트를 설치하였다. 안방 가벽의 템바 보드를 돋보이게 하는 가로 줄무늬 유리 펜던트, 안방 화장실의 동그란 거울 옆에 자리한 동글동글 펜던트는 모든 공사가 끝난 후에 달았다. 천장에 펜던트가 달려있으면 작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방 가벽 앞에 단 펜던트는 주문 후 한 달을 기다려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