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찐자 탈출기 2
나에게 이상적인 몸무게는 몇 kg 일까?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1년간 4kg이 증가했다. 수험생이라서 살이 찌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긴 하지만, 코로나가 등장하기 전 해에는 매주 주말마다 야식을 먹으며 공부를 해도 몸무게에 큰 변화가 없었으니 코로나 탓을 하겠다. 그래도 살이 1년 동안 서서히 쪄서 그런지 옷도 서서히 내 몸에 맞게 늘어났던 것 같다. 옷이 조금 낀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옷이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다만 핏줄이 터진 것처럼 내 허벅지 뒤편이 울긋불긋하게 물들어서 약국에서 영양제를 구입하기는 했다. 친정 엄마는 청바지를 입은 나에게 코끼리 다리라고 놀렸고, 남편은 당시 내 몸에 맞는 새 청바지를 사주었다. 하지만 살을 뺀다는 말만 했을 뿐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살을 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강화되면서 실내체육시설이 문을 닫았던 3~4개월 동안 추가적으로 4kg이 늘었다. 11월에 건강검진을 받고 그다음 해 3월에 인바디를 잴 때까지 몸무게를 재지 않았지만, 단기간에 살이 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옷이 끼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맞지 않았고, 항상 체한 느낌이 들어서 속옷까지 큰 사이즈로 다 바꿨다. 아침마다 손과 발이 퉁퉁 부었다.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고 오랜만에 만난 필라테스 선생님은 몸의 좌우 균형이 더 틀어졌다면서 병원에 갈 것을 추천하셨다. 그때부터 도수치료를 받았다.
이후에는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허리 통증이 생겼으며, 백신 접종 후에는 다리 통증도 나타났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체중 증가와 무관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8kg이 늘었지만 놀랍게도 인바디 기준 내 몸무게는 '표준'이다. 아마도 인바디는 성별과 나이, 키를 입력했을 때 설정되는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므로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키가 같아도 사람마다 뼈의 굵기나 밀도가 다르고, 골격근량도 다르므로 이상적인 몸무게에 대한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늘어난 몸무게는 모두 '체지방량' 증가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체지방률과 복부지방률은 내게 곧 '비만'이 머지않았다는 경고를 하고 있었다. 내장지방 레벨은 평균 4 정도였으나 갑자기 8로 껑충 뛰었다. 남편은 나에게 '내(장)지(방 레벨) 8'이라며 놀려댔다.
그로부터 1년 정도가 지났고, 다시 2kg 정도가 빠졌다. 급 찐살은 빨리 빼야 빠진다더니 그 말이 정말인가 보다. 적어도 4kg 정도는 더 빠져야 건강한 몸 상태로 시험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시험 직전에는 운동을 못할 테니 2kg 정도는 다시 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린 결론이다.)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달간의 식이 조절의 결과는 체중 0.3kg 감소였다. 그런데 이틀 뒤 다시 재본 몸무게는 0.6kg이 더 빠져있었다. 드디어 체중 감량에 가속이 붙으려는 걸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했다. 바로 다음날부터 3일간의 단식에 돌입했다.
(*3일 단식 방법과 효과는 검색해보면 많이 나온다.)
일주일 만에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주사를 맞고 나서 확실히 정강이가 시리거나 저린 느낌은 덜했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묵직한 느낌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운동 후 근육통 때문인지, 아직도 염증이 남아서 주사를 더 맞아야 하는 건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바로 주사를 맞기보다는 상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원장 선생님도 그 정도면 다시 아프다고 느껴질 때 오라고 하셨다.
또 주사를 맞았다면 처방받은 약을 먹어야 하고, 그러면 식사도 해야 하니 단식을 못했을 것이다. 정말 기막힌 타이밍이다.
전날 저녁부터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아침마다 마시는 라떼도 마시지 않았다. 한 달 정도 저녁에 틈틈이 샐러드나 고구마 등과 같은 가벼운 식사를 한 덕분인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처음 단식을 하면 충분히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병원에 다녀온 시간을 제외하고 평소처럼 공부를 했다. 재택근무 중인 남편의 점심을 차려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그래도 하루 종일 물만 마시다가 헬스장에 가는 건 무모한 것 같아서 동네 산책을 갔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간신히 씻고 나와서 몸무게를 재봤다. 0.9kg이 빠졌다. 다시 의욕이 솟아났다.
기운이 없어져서 그런지 전날 밤 일찍 잠들었고, 그래서 이날은 금방 눈이 떠졌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할 책을 펼쳤다. 눈으로만 읽으면 집중이 잘 안 되어서 요즘에는 책에 형광펜을 덧칠하면서 읽는데 형광펜을 들 힘조차 없었다. 자꾸 책상에 엎드리고 싶었다.
거실 소파에 누워서 인강을 보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두 시간 정도 누워서 인강을 보니 살 것 같았다. 하지만 점심밥을 할 자신이 없었고, 남편이 거실 테이블에서 컵라면을 먹는 동안 서재로 대피했다.
의식적으로 물을 마시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물을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말랐다. 평소 먹는 음식들에서도 상당한 수분을 공급받고 있었나 보다. 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으니 물을 아무리 마셔도 입술이 메마르고 얼굴이 건조해지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단식 종료 후 먹을 토마토 스튜에 들어갈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갔다. 물론 다리가 후들거렸고 남편에게 몸을 의지해서 다녀왔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탓인지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렸다. 그래서 저녁에는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눈으로 객관식 문제집을 풀면서 공부했다.
1kg이 추가로 빠졌다. 자고 일어나면 토마토 스튜를 먹을 수 있다.
전날 밤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다리가 계속 저렸고, 어질어질하고 몽롱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전 공부는 파업을 하기로 하였다(사전신고도 안 한 불법파업이었지만 일단 살고 보아야 했다.). 거실 소파와 한 몸에 되어 오전 내내 누워있었다. 공부할 때는 빛의 속도로 가던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갔다.
전날까지만 해도
“시험 끝나고 단식 또 해볼 만할 것 같아. 지금 공부한다고 못 쉬어서 그렇지, 하루 종일 누워있으면 3일 단식하는 거 별로 안 힘들듯?”
이라고 했지만,
“어제의 나 되게 당돌했네? 누워있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라며 바로 반성했다.
남편은 점심을 배달시켜 먹고 단 잠에 빠졌다. 난 피곤했지만 잠이 오진 않았다.
오후 2시쯤 남편이 잠에서 깨서 주방으로 갔다. 나는 남편을 졸졸 따라가서 냉장고에 있던 토마토 스튜 재료를 꺼내놓았다.
단식 종료 후 적어도 2~3일은 보식을 하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그동안 쉬고 있던 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것도 있지만 오랜만에 탄수화물을 먹으면 요요현상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파, 당근, 감자, 파프리카, 토마토, 돼지고기(는 조금만)를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토마토 스튜를 먹기로 한 것이다.
한 시간이 넘게 푹 끓여진 토마토 스튜를 먹기 전에 몸무게를 쟀다. 0.75kg이 빠졌다. 단식을 하는 3일 동안 총 2.65kg이 빠졌다.
목 빠지기 기다리던 토마토 스튜인데, 위가 작아졌는지 몇 술 뜨고 나니 더 들어가지 않았다. 배가 고팠다기보다는 기운이 없어서 뭐라도 입에 넣고 싶었다.
단식 종료 기념으로 동네 산책을 나갔고(밖순이와 함께 사는 집돌이는 맨날 밖으로 끌려나간다.), 난 또 남편에게 의지해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