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찐자 탈출기 1
나는 코로나 확진자였고, 코로나 확찐자 이다.
지난 1년간 코로나 덕분에 몸도 마음도 아팠다. 활동량이 줄어서 살이 찌고, 코로나에 감염되어 체력이 약해졌으며, 맞는 옷이 없어서 혹은 브레인 포그 현상이 나에게도 나타나는 것 같아서 우울했다.
한편 나에게 ‘허리 통증’이란 오래 서있으면 느껴지는 뻐근함 내지는 활동량이 적을 때 느껴지는 찌푸둥함 정도였는데, 작년 시험날 의자에 앉아있는 게 지옥처럼 느껴지는 허리 통증을 경험했다. 그날은 쉬는 시간은 물론, 점심시간 내내 서서 허리를 두드려야 했다.
시험날보다 한참 전에 목 통증이 심해서 찾아간 병원에서 허리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때는 ‘난 허리가 아프지도 않은데 무슨 말씀이시지?’이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지옥을 한번 맛보고 나니 그제야 원장 선생님 말씀이 맞았구나 싶었다.
코로나 예방접종 이후 나타난 다리 통증도 결국 허리에 있는 염증이 원인이라고 하셨다.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으며 소염제 등의 약을 처방받아 먹어보기도 했고, 5회 정도 다리에 충격파 치료를 받아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화이자 백신을 맞은 지 5개월이 지난 시점까지도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은 커녕, 동네 산책도 힘든 날이 많았다.
사람 몸이 아픈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면역력이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염증이 생겨서, 어딘가에 부딪혀서 등등.
나 역시도 코로나에 감염된 이력이 있고, 코로나 백신의 영향도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살이 갑자기 확 쪘다는 여러 요인들이 허리 통증을 더 심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아픔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껴질 때쯤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은
‘여기서 내가 바꿀 수 있는 원인 변수는 오로지 체중 증가뿐이다.’
라는 것이다.
원장 선생님과 물리치료 선생님은 아픈 곳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할 때에는 거의 상체 운동 위주로 했고, 하체는 무릎 이하로 힘이 들어갈만한 동작은 피했다. 걷거나 뛰는 것도 조심하다 보니 유산소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럼 나의 급 찐살(이라기엔 1년 정도 함께 하긴 했다.)은 어떻게 빼야 하는가?
다리 통증으로 병원에 찾아간 작년 12월부터는 유산소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지만, 시험이 끝난 작년 8월 말부터 11월까지는 필라테스를 했고,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헬스를 했다. 분명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운동을 했는데 고작 2kg 정도가 빠졌고, 그마저도 오르락내리락하였다.
유산소 운동을 못하니 살이 도통 빠지지 않는다고 투덜거리자 물리치료 선생님은
"원래 살은 식이 조절로 빼는 거예요."
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뉴스 기사에서도, 사람들의 경험담에서도 다이어트는 2할이 운동, 나머지 8할이 바로 '식이 조절'이라고 하였다.
설날에는 어머님들이 준비해주신 밥을 맛있게 먹어야 하는 것이 예의이므로, 설이 지난 후부터 식이 조절에 돌입했다.
나는 보통 아침에는 라떼 한잔을 마시고(아침을 원래 먹지 않는다.), 점심에는 일반식을 먹었으며, 저녁에는 샐러드나 구운 계란, 닭가슴살, 고구마를 하*뮨(근손실을 대비한 단백질 섭취)과 함께 먹었다. 샐러드는 양상추나 파프리카로 만들거나 마트에 파는 샐러드 채소 팩을 구입해서 먹기도 했다. 샐러드를 맛있게 먹기 위해 드레싱은 꼭 넣었고, 그마저도 질릴 때에는 각종 채소와 닭가슴살을 볶아서 타코를 만들어서 먹기도 했다.
남편과의 기념일이 있기도 했고, 아직 맛있는 음식에 미련을 못 버려서 초반에는 매일 식이에 신경 쓰지는 못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만 하던 것을 다음 주에는 네다섯 번으로 늘려갔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 번만 치팅데이를 가졌다.
때마침 다리 통증에 대한 치료방법을 바꾸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미뤄왔던 주사를 맞았다.
코로나에 걸리기 전부터 원장 선생님은 주사를 권하셨다. 염증과 통증을 잡는 데엔 주사만큼 효과가 빠른 게 없다면서. 하지만 호르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생리주기가 불안정해지는 것이 싫으면 다른 방법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주사는 맞지 않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도 다리 통증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원장 선생님은 주사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주사 맞는 것을 계속 꺼려하자 호르몬 영향이 거의 없는 주사가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대신 효과를 바로 보지 못할 수도 있고 여러 차례 맞아야 할 것이라고 하셨다.
주사도 맞았으니 이제는 유산소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주사를 맞으면 이삼일은 꼬박 몸살처럼 앓았지만(처방해주는 약을 먹어도 아파서 추가로 더 약을 먹어야 할 정도였다.), 그다음에는 통증이 확실히 나아졌기 때문이다. 정강이가 묵직한 느낌은 남아있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그렇게 두 차례 주사를 맞았고, 몸 컨디션이 괜찮은 날은 유산소 운동을 했다.
두 번째 주사치료를 받던 날, 원장 선생님은 허리가 확실히 좋아졌다면서 오늘은 주사를 깊이 찌르지 않아도 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리에 주사를 놓으실 때에는
"운동을 좋아하시나 봐요?"
라고 말씀하셨다. 주사를 놓는 순간 다리 근육이 꿈틀거림을 느꼈다. 어떤 의도로 하신 말씀이신지 모르겠지만 내 몸 상태가 운동을 한 덕분에 생각보다 괜찮다는 의미로 하신 말씀이신 것 같아 뿌듯했다. 원장 선생님께서는 장기적으로는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계속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셨다.
하지만 식이 조절을 시작한 지 한 달, 유산소를 다시 병행한 것은 2주, 나의 인바디 성적표는 처참했다.
체중은 0.3kg 감소, 근육량 0.1kg 증가, 체지방 0.3kg 감소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