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0
눈이 오던 날 이모부는 암 투병생활 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척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셨고,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날 저 먼 곳으로 떠나셨다.
외가 사촌동생들은 모두 남자들뿐이라 이모부는 유난히 나를 귀여워하셨다. 아마도 외동딸만 있었기 때문에 사내 녀석들보다는 나를 대하는 게 더 편하셨을지도 모른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까지도 내 이름을 다르게 부르셔서 엄마에게 “형부는 어떻게 조카 이름을 모를 수가 있어?”라며 타박을 받곤 하셨다. 그렇지만 항상 먼저 장난을 걸어오는 이모부가 늘 반가웠다.
어느 날인가부터 외할머니댁에 이모 혼자서만 오셨다. 이모부가 대상포진에 걸린 이후 매일같이 두통에 시달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대상포진이 무섭다는 것을 이모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바로 대상포진 예방 접종을 하셨다.
2~3년이 지난 후에야 이모부를 뵐 수 있었다. 이미 훌쩍 커버린 조카에게 장난을 걸기가 어색하셨던 건지, 아직도 몸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셨던 건지 이모부는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그래도 귀여운 손자, 손녀에게는(이종사촌 언니의 아이들이니 내게는 조카들이다.) 한없이 자상한 할아버지였다. 그러나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직전인 재작년 설날에 외할머니댁에서 함께 떡국을 먹었던 것이 내가 본 이모부의 마지막 모습이다.
작년 초, 기침이 멎지 않았던 이모부는 폐암 4기 판정을 받으셨다. 바로 직전 연도 건강검진에서 아무런 이상소견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본격적인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이모부는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셨다. 그리고 몸 컨디션이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몸을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었고 식사도 잘하셨지만, 백신 접종 후부터는 걷지도 못하시고 식사도 하지 못하셨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결국 이모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떠나셨다.
물론 말기 암 환자는 언제라도 급격히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백신 접종 직후라면 백신과의 인과성부터 따져보게 된다.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백신이 아니라 하더라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더라면 단 며칠이라도 덜 힘든 모습으로 더 오래 가족 곁에 계시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에 대하여 우리나라 대법원은 “업무상 과로 또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경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다. 비록 “인과관계가 자연과학적 혹은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당인과관계가 추단 될 수 있다”고도 하였다. “정상적인 근로 제공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기초 질병이 급격히 악화된 경우”에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저질환이 있었다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의 경우 “아직 연구결과가 부족하여 의학적으로 명백한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렇듯 판례는 건강과 관련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입증 정도를 완화하고 있는 경향을 보여준다. 희귀 질환과 같이 아직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질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백신과 건강 악화, 즉 소위 말하는 ‘백신 부작용’과의 인과관계도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백신이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부터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가 가능한가부터가 의문이긴 하다.). 기저질환이나 환경 요인 등 코로나 예방 접종 이외의 다양한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건강 악화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은 어렵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에서의 논의를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적용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과 건강 악화 간의 인과관계도 다소 완화해서 인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장례식장에서 야윈 모습의 이모를 보니, 힘없이 미소를 짓는 사촌언니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 누구도 코로나 백신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이모라면, 언니라면, 평생 가슴속에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과 억울함이 남아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