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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Aug 11. 2022

[D-23] 나 지금 떨고 있니?

#수험생활 23

바깥세상은 태풍으로 물난리가 났고, 고요한 줄 알았던 내 속은 염증으로 병들었다.

지난 주말, 위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어느 방향으로 누워도 불편한 복부 팽만감, 구역감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억지로 책상에 앉아있다가 점심에는 죽을 배달시켜 먹었다. 하지만 오후가 되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비를 뚫고 병원에 갔다.




이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생리주기를 미루기 위해서 경구 피임약을 먹고 있었는데, 이 약의 부작용 중에 하나가 바로  ‘오심(구역질)’이다. 이미 수능시험과 결혼을 앞두고 경구 피임약을 먹어본 적이 두 차례나 있었지만 매번 울렁거림과 구역감으로 괴로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아서 다른 종류의 피임약을 먹고 있었다.


내과에 찾아가서 원장 선생님께 현재 복용 중인 약의 설명서를 보여드렸다. 부작용으로 명시가 되어 있긴 하지만 벌써 이 약을 복용한 지 20일이 다 되었으니 약 부작용은 아닐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불규칙한 식사나 스트레스 등 위염의 원인은 다양하니까. 위가 많이 부어있는 상태라 진단하셨다.

경구피임약, 한 팩을 다 먹었고 다음 팩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다. / 위염약, 분명히 알약인데 이상하게 쓰다.



매주말마다 시험을 보고 강의를 연달아 들으면 너무 힘들겠다는 라미의 말에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다고 대답했었다. 주말 없는 삶이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의고사를 볼 때에도 크게 긴장하지 않았고, 며칠 안 남은 시험날을 떠올려도 떨리지 않았다.

다 자기 최면이었던 걸까? 내 몸은 이미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늘 아침의 시작과 함께 하던 커피도 끊고, 요즘 부쩍 피곤함을 느껴서 주문한 비타민계의 에르**는 먹어보지도 못했다. 약을 삼킬 때도 구역질이 나고, 밥을 먹으면 위가 놀라서 뾰족뾰족 가시를 세우는 것만 같다. 제대로 먹질 못하니 기운이 없다. 빵빵해진 윗배는 앉아도, 누워도 불편하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같이 복용해도 되는지 병원에 전화로 문의하기도 했다.


시험 직전에 이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왜 시험이 한 달도 안 남은 이 시점에 이러나 싶어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틀 정도는 약 먹고 틈날 때마다 잠을 자고 소파에 누워서 드라마를 보는 여유를 부렸다. 그랬더니 빵빵했던 윗배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통증도 전보다 나아졌다.

그리고 내 몸과 함께 마음도 다독이고 있다.

잘하고 있어. 잘해왔고. 또 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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