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활 24
지난 주말 공인노무사 2차 시험이 있었다.
내 생에 마지막 시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어느 때보다도 바짝 긴장을 하고 시험을 봤다.
원래도 예민해서 수능시험이나 학교 중간 기말고사 전날에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많이 자야 2~3시간이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공인노무사 첫 2차 시험은 시험장을 구경하러 간 정도의 의미라 큰 부담이 없었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마음이 안정된 덕분인지 나머지 3번의 시험 모두 이틀 동안 푹 자고 시험장에 갔었다.
이번에는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금요일 밤, 일찍 공부를 마치고 누웠는데 너무 말똥말똥했다.
‘오늘 잘 자 둬야 내일 시험 보고 와서 또 다음날 시험 준비를 하는데, 왜 잠이 안 오지.’
라는 압박감이 들었다.
한 시간 만에 잠들어서 고작 30분만 자고 깼고, 다시 2시간을 고통받다가 또 깜빡 1시간을 잤다. 그렇게 총 3시간 정도를 잤으려나? 통잠을 잔 것이 아니라 그런지 잠을 잔 것 같지도 않았다. 남편도 내 불안함을 느꼈는지 불면의 밤을 함께 지새워주었다. 30분만 자도 내일 아무 이상 없이 시험 볼 수 있다고 괜찮다고 다독여주면서.
(곧 글을 쓰겠지만 요즘 남편은 무척 정신없는 날들을 보냈다.)
다행히도 토요일에 큰 문제없이 시험을 보고 왔다. 집에 돌아와서 한 시간 정도만 눈을 붙이고 공부를 시작할 생각으로 침대에 누웠으나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서 못 잤다. 논점 일탈까지는 아니지만 세부적인 판단요소를 잘못 쓴 판례가 계속 생각났다. 그래도 최신 판례라 다른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믿으며 다음날 시험을 준비했다.
나의 긴장은 불면의 밤에서 끝나지 않았다. 작년에 치명적인 실수를 했던 민사소송법 시간에는 거의 울기 직전의 상태로 시험을 봤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문제도 여러 번 읽어보고 목차도 미리 문제지에 적어놨지만, 어쩐지 답안지 쓰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손목이나 팔이 아팠던 것도 아니고, 모르는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조금 헷갈리는 문제가 있었지만 답안지를 쓰면서 내 답이 맞다는 확신까지 들었다. 그런데 시간 안에 다 쓰지 못할까 봐 너무 무서웠다.
결국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나는 세부적인 목차를 생략한 채 거의 통 글에 가까운 답안지를 작성했다. 법학에서는 목차가 해당 문제의 논점이 무엇인지, 어떤 흐름으로 논의가 전개되는지 보여주는 역할을 하므로 중요하다. 하지만 학설이나 판례를 빠뜨리지 않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판단하에 어떻게든 꾸역꾸역 답안지를 써 내려갔다.
특히 마지막 문제는 모든 선생님들이 특 A급으로 찍어왔던 문제였기 때문에 나도 충분한 연습이 되어있었고 모의고사에서도 좋은 피드백을 받았었지만, 실전에서는 아쉬운 수준의 답안을 썼다.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초조하게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남편은 시험 전 불안해하는 나에게 올해 아주 예감이 좋다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시험을 보라고 했다. 그에 덧붙여 올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라고 이야기했다. 내게 후회와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면서.
하지만 난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까? 난 늘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었지만, 결과가 합격이 아닌 이상 늘 그 시간들을 후회했다.
올해 남편과 많은 대화 끝에 수험생활을 접기로 결심했지만, 정말 끝일지는 모르겠다. 제일 좋은 것은 올해 합격의 결실을 맺는 것. 그게 아니라면 구질구질하게 질척대다가 몇 년 뒤에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부실하게 논한 논점이 있더라도 논점 일탈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이번 시험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잠이 오질 않는다. 여전히 나는 너무 아쉽고, 지난 시간이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