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만 가면 나아질 줄 알았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주민등록증에 찍힌 까만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수천만 원을 대출 받은 채무자가 됐다.
나는 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나마 주말에는 시급이 좀 더 센 야간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신음 소리를 내는 엄마는
내가 같이 있을 수 있는 주말을 반가워했다.
학점을 몇 점을 받았고,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내가 얼마나 촌스러운 꼬락서니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는
엄마에게 호사스러운 근심이었다.
매일 진통제를 먹어야 숨이 쉬어지는 만성 디스크 환자인 엄마는
내 얼굴을 보는 것, 엄마의 시야권에 내가 들어오는 것
그것이 곧 사소한 천국을 의미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대학을 졸업하면 좀 나아지겠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