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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 Aug 14. 2016

<인생 역전은 없다-3>

뻔한 대학을 나와 뻔한 직장에 취업을 했다. 

그나마 처음 6개월은 인턴이었다. 

고용계약서에 사인을 하러 간 날, 

1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와 살고 싶다, 혼자 살고 싶다!' 


1년 365일 24시간 눈 앞에 펼쳐지는 처절한 광경에서 도망갈 수만 있다면, 

영혼도 팔 수 있었다. 


회사와 5분 거리에 싼 고시원이 하나 있었다. 

월세가 35만원이었지만, 대신 교통비 10만원 정도를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매달 나가는 학자금이 30만원. 휴대폰 값 5만원. 

그럼 남는 돈이 30만원. 한 달 밥값은 됐다. 


“네가 없으면 엄마는 어떡하라고.”

불안해 하는 엄마의 표정과 울먹이는 목소리를 모른 척 해야했다. 

내가 살아야했다. 


진흙탕에 빠져서 헤어나오지도 못하고 

점점 진창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내 꼬락서니가 너무 싫어서 

나는 도망쳐야했다. 


다음 날 짐을 챙겨 나왔다. 

가지고 나올 세간은 많지 않았다. 

잠옷 같은 옷 몇벌과 정장 한 벌, 청바지 한 벌, 티셔츠 몇 벌이 전부였다. 


직장이라는 곳은 내게 여러 의미가 있었다.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의 의미였고, 

어쩌면 내 인생에 쨍하고 해뜰 날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게 하는 곳이었다. 


고시원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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