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대학을 나와 뻔한 직장에 취업을 했다.
그나마 처음 6개월은 인턴이었다.
고용계약서에 사인을 하러 간 날,
1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와 살고 싶다, 혼자 살고 싶다!'
1년 365일 24시간 눈 앞에 펼쳐지는 처절한 광경에서 도망갈 수만 있다면,
영혼도 팔 수 있었다.
회사와 5분 거리에 싼 고시원이 하나 있었다.
월세가 35만원이었지만, 대신 교통비 10만원 정도를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매달 나가는 학자금이 30만원. 휴대폰 값 5만원.
그럼 남는 돈이 30만원. 한 달 밥값은 됐다.
“네가 없으면 엄마는 어떡하라고.”
불안해 하는 엄마의 표정과 울먹이는 목소리를 모른 척 해야했다.
내가 살아야했다.
진흙탕에 빠져서 헤어나오지도 못하고
점점 진창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내 꼬락서니가 너무 싫어서
나는 도망쳐야했다.
다음 날 짐을 챙겨 나왔다.
가지고 나올 세간은 많지 않았다.
잠옷 같은 옷 몇벌과 정장 한 벌, 청바지 한 벌, 티셔츠 몇 벌이 전부였다.
직장이라는 곳은 내게 여러 의미가 있었다.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의 의미였고,
어쩌면 내 인생에 쨍하고 해뜰 날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게 하는 곳이었다.
고시원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