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명 Aug 15. 2016

<인생 역전은 없다-4>

첫 출근.

설레는 마음으로 조금 낡았지만 쓸만해 보이는정장을 집어 들었다.

내가 가진 옷 중에서 가장 비싼 옷이었다.

겉에 묻은 먼지 몇 개를 손으로 떼어내고 보니 나쁘지 않았다. 난 이 옷을 입고 첫 출근을 하기로 했다.


좁게 굳어있던 어깨를 쫙 펴고 애써서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첫 걸음,

사무실에 발을 내디뎠다.


“저 오늘부터 출근...”
“아, 저 쪽으로 가보세요.”


이제 겨우 오전 8시 50분인데

피곤에 절어있는 한 남자 사원이

나를 아래 위로 훑고

제일 구석에 있는 책상을 가리켰다.


쭈뼛거리며 다가가자 이번엔 40대 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쳐다봤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부터 출근..”
“강지현 씬가?”
“네.”
“아무렴 첫 출근인데 옷이 그게...”


더러운 걸 본 사람처럼 40대 남자가 인상을 썼다. 폈던 어깨를 접어 넣었다. 너무 누추한가 싶어서 몸이 움츠러들었다.


“네, 죄송합...”
“됐고 저 끝에 앉아계세요.”
“네.”


훅 부끄러움이 치밀어 올랐다. 열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감쌌다. 땀이 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 역전은 없다-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