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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Oct 29. 2021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오프라인 북토크를 참석하는 건 코로나 이후 처음이다. 오래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작가와의 만남이라 며칠 밤잠도 설쳤다. 어떤 말을 건넬까, 편지에는 뭐라 적을까.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정신 못 차렸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어른들 말 하나 틀린 것 없다며 실실 웃었다. 


점점 맑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세종시청으로 달렸다. 며칠 제대로 잠을 못 자서 기분은 몽롱했고 맑은 하늘만 봐도 이상하게 눈물이 핑 돌았다. 세종시청 앞에 주차를 하고 나니 선별 진료소로 코로나 검사 받으러 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엄마, 아빠 손을 붙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노동의 현장에서 바쁘게 달려온 듯 보이는 사람까지. 여태까지 별 탈 없이 코로나 위험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구나 생각하며 마스크를 더 꽉 피부에 밀착시켰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란 책을 참 여러 번 읽었고 오디오 클립을 들으면서도 참 많이 웃었는데 강연은 내가 기대하고 기다렸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임경선 작가님은 책에서 본 것처럼 몇 번이고 수정했을 강연록 원고를 넘기며 이야기하셨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상상하던 작가님 모습 같아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고통은 개별적이고 그 어느 것도 가볍지 않다’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의 고통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상대를 원망할 필요도, 세상에 죽을 만큼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복에 겨운 소리 한다고 스스로는 다그치지도 말아야지. ‘고통이 삶에 힘이 되어주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의 감정을 가만히 들어주는 시간을 소홀하지 않아야겠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를 사랑하는 척’ 애써보라는 요조님 말도 참 마음에 와닿았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삶의 위로와 용기를 참 많이 얻지만 가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내가 작가도 아닌데.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매일 책을 사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해서 스트레스 받고 짜증 내는 스스로가 참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생각을 환기하러 산책을 하거나 달렸는데 최근에 무릎을 다쳐서 그마저도 하지 못해 요즘 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러다 오늘 요조님 이야기를 듣고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홀려서 책을 펼쳤구나.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글을 그렇게 썼구나. 자아를 찾는 사춘기 소녀처럼 나를 찾기 위해 그렇게 흔들리고 도망가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걷고 있구나.


아무튼 내 짧은 언어로 설명되지 않을 만큼 오늘이 너무 좋았다. 하루만이라도 ‘애데렐라’에서 해방돼서 좋았고 좋아하는 두 작가님을 만나서 좋았고 또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해서 좋았다. 여전히 오늘의 아침이 꿈만 같지만 ‘애데렐라 마차’를 타고 돌아와 또 일상을 다시 잘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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