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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Dec 09. 2021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산다는 것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좋은 점이 있다면 좋아하는 작가의 강연을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에 살고 있는 독자가 직접 작가와 만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 작가와의 만남이 있으면 대전 곳곳을 찾아다녔다. 이제는 대면으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없어졌지만 대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가의 강연을 집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강연은 무료로 참가하지만 작은 책방에서 주최하는 작가의 강연은 무료로 듣게 되면 적어도 책을 한 권을 산다. 내가 책 한 권 산다고 작은 책방의 사정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책값에 배송 비까지 더해서 책을 산다는 것은 작은 책방을 향한 나의 응원이다. 


지난달에 김포의 작은 책방에서 임경선 작가의 강연을 듣고 책을 한 권 주문했는데 2주가 지나도록 책이 도착하지 않아서 책방에 연락을 했다. 외근 중이라 책방에 돌아가서 바로 연락을 주겠다는 책방 지기의 연락을 기다리며 해가 저무는 것을 보며 문제가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한 메시지에는 내가 사인 본을 요청한 책이 아닌 다른 책에 사인을 받는 착오가 있었고 주문하지 않은 책이지만 사인본 책에 내 이름이 담겨있으니 선물로 보내드리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제야 연락이 늦었던 책방 지기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을까, 책 한 권 팔아봐야 고작 3,000원 정도 남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손해를 감수하고도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잘못된 책은 선물하겠다는 마음이 마냥 고맙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고도 죄송하다며 택배에 더 선물을 넣었다는 메시지에 나는 답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작가님이 사인하신 책도 제가 살게요!” 


1년 동안 그림책 서점에서 일하며 서점에서 책을 파는 것보다 파본이나 팔지 못하는 책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직접 몸으로 겪어서 안다. 얼마 전에 동네의 가까운 책방 지기는 책방 이벤트에 참가하지 못한 손님의 참가비를 책값으로 바꾸어 작가의 사인을 받아주는 배려를 했는데 그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책을 사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내 이름이 담긴 책을 고스란히 책방 지기가 감수하고 자신의 책으로 사야 하는 게 싫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친구에게 선물할 수도 있고 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한 권 더 샀으니 나에게도 깜짝 선물과 같은 일이라 답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책 때문에 무거우셨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셨다는 좋겠다는 말과 함께. 


주말 아침 도착한 택배를 열자마자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2권의 책보다 더 많은 선물들이 상자 안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소중해서, 감격스러워서 뜯지도 못하고 가만히 책상에 놓아두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좀 사그라지면 천천히 선물을 풀어봐야지 생각하지만 아직도 그 꾸러미를 뜯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그 꾸러미를 한참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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