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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걸음 Jan 24. 2022

73번째 주인공

https://blog.naver.com/framegust/222622114119


아침에 일어나니 아빠의 사고가 뉴스와 기사로 나왔다. 평생을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살지 못한 아빠는 죽어서야 누군가의 관심을 받았다.


‘화성시 남양 뉴타운 안전사고’ 아빠는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작업을 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굳지 않아 콘크리트를 빨리 굳히기 위해 ‘양생 작업’이라는 것을 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환기시설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 아빠는 작업을 진행했고 관리감독자도 없었다. 아직 부검 결과와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아빠는 일산화탄소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 발견자가 오늘 빈소에 방문해 아빠를 처음 발견했을 때 의식은 없었지만 심장은 약하게 뛰고 있었다고 했다. 그 사실에 나는 무너졌다. 산업현장에서 안전 수칙만 제대로 이루어졌어도 아니 관리 감독관이 단 한 번만 현장을 체크했어도 아니 단 한 시간만 아빠를 일찍 발견했어도 아빠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밀폐공간에서 작업 시 산소 농도 확인, 환기시설 설치, 안전보건 교육이 작업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것도 없었다. 동생이 방문한 현장에는 4개의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고 창문은 모두 비닐로 막혀있었다. 반복되는 산업재해 노동자의 죽음을 기사로 접하며 안타까워만 했지 우리 가족 일이 될 줄을 몰랐다. 하청에 하청 끊임없는 사다리 제일 아래에 있던 건설노동자 아빠는 그렇게 억울하고 허망하게 심장이 멎었다.


자식에게만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억척같이 일만 하다 죽어버린 아빠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아빠의 죽음을 알리는 일뿐이다. 최근 5년간 밀폐공간에서 일하다 질식한 산재사망자는 73명이고 아빠는 73번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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