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여름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일주일에 3번 학교에 가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또 나머지 요일은 아이의 학원에 같이 가야 한다. 그 사이사이 짬을 내서 교통사고 치료를 받고 있고 집에 돌아와서는 설거지, 빨래, 청소 그리고 저녁을 준비하면 하루가 끝난다. 어떻게든 혼자 있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며 책을 읽고 싶어서 아이가 잠드는 시간만 기다리는 여름이다.
<아무튼, 여름>을 읽었다. 내가 여름마다 꺼내어 보는 책 몇 권이 있는데 그 책들을 읽지 못하면 여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느낌이 든다. 아직 여름에 관한 책을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서 얼른 꺼내어 읽었다.
나는 여름의 맥주 맛도 모르는 알쓰(알콜쓰레기)고, 사실 여름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 밖은 이글이글 끓고 실내는 오들오들 떨 정도로 춥고. 가족여행이라도 가려고 치면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떠나기 전부터 지친다. 여행 준비는 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 몫인가. 여행지에서 맛보는 음식의 즐거움은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다. 뽀미가 바깥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해서 여행을 가서도 삼시 세끼 밥을 해야 하기에 여행이 즐거울 리가 없다. 그냥 여행은 혼자서 가고 싶다. 그럼에도 내가 여름의 계절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내가 여름에 태어난 아이여서 그렇다고 생각하곤 한다. 아니면 반대로 겨울의 추위가 너무 싫어서 일지도 모르고.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온몸에 풀이 묻은 것처럼 찐득해지고, 어디든 달라붙을 것 같아서 괴롭지만 그래도 여름이 좋다. 창문을 열고 지내니 바깥의 소리들은 더 선명해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풍성한 초록 잎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하늘을 바라보는 게 제일 좋다. 조금 게을러지고 늘어져도 날씨가 덥다는 핑계가 있어서 좋고. 여름이라서 싫은 게 뭐가 있더라. 면도해야 해서 귀찮고 햇볕 알레르기 때문에 선크림을 덕지덕지 발라 야해서 번거롭고. 빨래는 매일 해야 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더 자주 버려야 하고, 싱크대와 욕실 곰팡이 더 신경 써야 하고. 생각해 보니 좋은 것만큼 싫은 것도 많은 여름이네. 역시 좋은 것과 싫은 것은 끝과 끝이 맞닿아 있어. 아무튼 여름 좋아, 아무튼 여름 싫어. 아무튼 여름 좋은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