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등산을 가기로 했는데 주말에 비가 온단다. 집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자신은 친구랑 지역 축제에 갈 거라면서 예약도서가 도착했다는 카톡을 받았다고 이웃도시에 가서 책 좀 빌려다 달란다. 간 김에 빵 맛집에 들러서 빵을 사고 다이소에 갔다가 책을 빌린 다음 생협에 가서 장을 보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빵을 사러 가는 길에 이왕이면 벚꽃 구경 잠깐 하고 가자 해서 빵집을 얼마 앞두고 옆길로 샜다. 하천가에 핀 벚꽃을 향해 가는데 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서 '현호색'을 만났다. 사진을 찍고 몇 발짝 가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산자고'가 등장했다. 그 다음엔 '제비꽃' 등장. 어라... 웬떡? 꽃에 팔려서 3시에 문 닫는 빵집은 물건너 가버렸다. 덕분에 어제 많은 꽃들을 만났다.
현호색 - 산에서 볼 수 있다.
산자고 - 책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본 건 어제가 처음인데, 무늬를 보니 '셈페르 아우구스투스'가 떠올랐다. '산자고'에 대해서 찾아봤더니 아니나다를까 학명이 Tulipa edulis다. 언론 기사를 보니 '한국의 튜울립'이라고 칭한다.
제비꽃 - 제비꽃은 종류가 정말 많다. 그 중에 어떤 제비꽃인지까지는 모르겠다.
토종 민들레 - 보기 드문 꽃인데 며칠 전에 집 앞에서 발견했다. 총포가 아래로 향해 있는데 담벼락 밑에 피어 있어서 총포를 찍지 못했다.
토종 민들레는 잎끝이 둥그스름하고 서양민들레는 잎끝이 뽀족하다. 그래서, 민들레의 영어명 dandelion의 어원은 'lion's tooth'이다.
서양민들레 - 총포가 아래로 향해 있다.
명자나무(Chaenomeles lagenaria (Sweet) Nakai) - 장미처럼 가시가 있다. '산당화'라고도 부른다. 원산지는 중국인데 학명에 일본 사람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게 특이하다. Nakai는 한국산 꽃 학명에 많이 등장하는 이름인데 중국 원산인 꽃에서는 처음 본다. 옛날에는 이 꽃을 집안에 심으면 여자가 바람이 난다고 해서 집안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등대풀 -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상태다.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식물이란다. 줄기를 자르면 민들레처럼 흰색 유액이 나오고 약으로도 쓰이지만 독이 있는 식물이다.
옥스아이 데이지(Chrysanthemum leucanthemum) - 유럽과 아시아가 원산지다.
리빙스턴 데이지(Dorotheanthus bellidiformis) -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이다.
무스카리(Muscari armeniacum) - 유럽, 북아프리카, 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이고 Grape Hyacinth로도 불린다. 이렇게 한두 송이 피어있는 거 말고 무스카리 군락지를 만나 보는 게 소원이다.
광대나물 - 특이하게도 줄기가 네모형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벚나무 - 벚나무는 종류가 하도 많아서 헷갈린다. 흔하고 흔한 꽃이지만 해마다 비교하다가 지쳐서 포기, 헷갈려서 포기하는 꽃이다. 산벚나무는 꽃과 잎이 같이 나고, 왜벚나무는 꽃이 흰색이고 꽃이 진 다음 열매가 여러가지 색깔로 달린다. 왕벚나무는 제일 흔한 꽃이고, 올벚나무는 왕벚나무랑 헷갈려서 아직도 구분을 못한다. 털이 있고 없고로 구분하는 종류도 있는데, 털이 긴 것도 아니고 보일 듯 말 듯 해서 나한테는 털의 유무가 구별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위에서부터 매실나무, 복숭아나무(복사꽃), 배나무, 앵두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