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시화담 0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나무 여운 Jun 13. 2024

가장 낮은 소리로 가장 따뜻한 속삭임으로

<현 위의 인생>


오늘은 내가

흙이 될게 두엄이 될게

가장 낮은 소리로

가장 따뜻한 속삭임으로

팽팽히 조여진 위태로운 너의 울림을

내가 받아 안을게


마음 놓고 울어도 돼







현 위의 인생

                                                          정끝별


세 끼 밥벌이 고단할 때면 이봐

수시로 늘어나는 현 조율이나 하자구

우린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만

어차피 한 악기에 정박한 두 현

내가 저 위태로운 낙엽들의 잎맥 소리를 내면

어이, 가장 낮은 흙의 소리를 내줘

내가 팽팽히 조여진 비명을 노래할 테니

어이, 가장 따듯한 두엄의 속삭임으로 받아줘

세상과 화음 할 수 없을 때 우리

마주 앉아 내공에 힘쓰자구

내공이 깊을수록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지

모든 현들은

어미집 같은 한없는 구멍 속에서

제 소리를 일군다지

그 구멍 속에서 마음 놓고 운다지


이전 04화 아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