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나무 여운 Sep 16. 2024

자전거 타는 엄마

<명자꽃은 폭력에 지지 않는다>


내가 아주 어릴 적

해질 무렵 낮잠을 자다가 깼는데

엄마가 안 보였어 

엄마가 없었어

나는 세상에 혼자 버려진 듯

덜컥 겁이 나서는 아주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지


그때의 젊디 젊었던 엄마는

시골집에서 읍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

나는 자전거를 타는 엄마가 좋았어

나를 뒤에 태우고 씽씽 쌩쌩

생의 의지와 활력으로 가득 찬

그런 엄마의 모습이 보기 좋았지

  

그날도 다급히 자전거를 몰아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나를 꼬옥 안아주었어

괜찮다고 엄마 여기 있다고



엄마는 저 멀리에서도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어

그걸 텔레파시라고 부른다는 걸

나중에 나중에 커서 알았지


내가 정말로 엄마를 소리쳐 불렀을까

엄마는 정말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까

그게 꿈이었을까 생시였을까


맞고 틀리고가 뭐가 중요해

내가 믿는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그 초능력은 지금도 통하는 걸


나는 그 모습이 오래도록 그리웠어

엄마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점점 더 보기 어려워졌거든


지금에라도 나는 바래

엄마가 그곳에서 다시

하늘을 나는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 자유롭게 훨훨

가장 엄마답게 자유롭게

씽씽 쌩쌩 날아다니고 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있어 바라고 있어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7809313


이전 02화 맥주 한 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