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자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어느 날 아침, 지금 막 안쪽의 영혼이 벽을 뚫고 밖으로 나올 준비를 끝낸 나비의 고치를 발견한 적이 있다.
나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만 흘러갔다. 나는 조급해졌다. 그래서 고치 속의 나비를 향해
초조하게 계속 입김을 불어 나비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내 눈 앞에서 자연이 정한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록 나비가 고치를 찢고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오그라든 나비의 날개가 펴지지 않았다. 나비는 안간힘을 다해 그 작은 몸을 뒤틀고 떨면서
날개를 펴려고 몸부림쳤다. 나도 나비를 도우려고 숨을 불어주며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부질없었다. 제대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참을성 있게 햇빛 아래에서
날개가 펴지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불어넣은 숨이 나비로 하여금
정해진시간보다 일찍, 쪼그라진 채 미숙아로 나오도록 강요한 것이다.
그 나비는 때가 차기 전에 나와서는 절망적으로 몸부림치다, 얼마 견디지 못하고 내 손 안에서 죽어갔다.
나는 그 솜털 가득한 나비의 조그만 몸뚱어리가 내 양심 안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그것을 깊이 깨달았다. 영원한 법칙을 깨고 서두르는 것은 죽어 마땅한 큰 죄악이다.
우리는 믿음을 갖고 불멸의 리듬을 따라야만 한다.
- 니코스 카잔자키스 <그리스인 조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