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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Sep 22. 2024

영혼의 날개

니코스 카잔자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네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거 알아

조급한 마음도 이해해


하지만 서두르다

성글게 영글기보다는

좀 더 자신답게 무르익기를

기다림을 충분히 겪게 해


돕고 싶은 마음에 그 성급한 입김이

날개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알잖아


시간이라는 불멸의 리듬을 타고
스스로의 날개가 완전히 여물도록
너 자신을 기다려 줘, 부디


너에게 너만의 속도를 허락해 줘

설령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까지도 무릅쓰고 느긋하게 바라봐 줘

그게 가장 간절하고 적절한 도움이야.






무화과나무한테 체리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시비 걸지는 않잖소!





어느 날 아침,  지금 막 안쪽의 영혼이 벽을 뚫고 밖으로 나올 준비를 끝낸 나비의 고치를 발견한 적이 있다.
나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만 흘러갔다. 나는 조급해졌다. 그래서 고치 속의 나비를 향해
초조하게 계속 입김을 불어 나비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내 눈 앞에서 자연이 정한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록 나비가 고치를 찢고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오그라든 나비의 날개가 펴지지 않았다. 나비는 안간힘을 다해 그 작은 몸을 뒤틀고 떨면서
날개를 펴려고 몸부림쳤다. 나도 나비를 도우려고 숨을 불어주며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부질없었다. 제대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참을성 있게 햇빛 아래에서
날개가 펴지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불어넣은 숨이 나비로 하여금
정해진시간보다 일찍, 쪼그라진 채 미숙아로 나오도록 강요한 것이다.

그 나비는 때가 차기 전에 나와서는 절망적으로 몸부림치다, 얼마 견디지 못하고 내 손 안에서 죽어갔다.

나는 그 솜털 가득한 나비의 조그만 몸뚱어리가 내 양심 안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그것을 깊이 깨달았다. 영원한 법칙을 깨고 서두르는 것은 죽어 마땅한 큰 죄악이다.
우리는 믿음을 갖고 불멸의 리듬을 따라야만 한다.


- 니코스 카잔자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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