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계약, 또 하나의 희망을 쓰다
주춧돌보다 중요한 누름돌
봄이란 봄의 생겨남이요,
여름은 봄의 자라남이요,
가을은 봄의 거두어들임이요,
겨울은 봄의 간직해 둠이다.
- <대학연의>
2024년 10월 8일, 브런치작가가 된 지 441일.
출간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래서 원고와 관련된 브런치북을 거두어들이게 되었네요.
대전에 오래된 향토서점이었던 계룡문고가 29년 만에 경영난으로 폐업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오고,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꽤 친숙한 동네책방들도 문을 닫는 곳이 있어서인지 출판계의 혹한기라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납니다.
이렇게 가장 어려운 시기에 맺어진 출간계약이라 그런지 계약서에 서명을 해놓고서도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한 줄 희망의 증거를 쓰고 싶습니다. 여기 우리를 위해서 남겨둡니다.
탈고, 퇴고, 투고의 삼고(三苦)를 제대로 모두 거쳐서 이뤄냈습니다. 정공법으로!
전공도 아니고, 이름도 없고, 특출 난 경력도 없는 삼무(三無)의 저 같은 아무개도 됩니다.
이 글이 우리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면 좋겠습니다.
가을은 떨구고 비우는 계절이라 겸사겸사 그동안 발행했던 글들을 좀 솎아내고 정비도 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날들이 펼쳐질지 몹시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많이 경험하고 배우며, 거두어들인 이야기는 좀 더 정련하고 세공해서 어여쁜 새 옷 입혀서 돌아오겠습니다. 기다려 주실거죠?
김장을 담글 때 어머니들이 쓰시던 넓고 반듯한 돌이 떠오릅니다. 김치가 항아리 안에 가지런히 담긴 후 붕 뜨거나 따로 겉돌지 말고 얌전히 묵묵히 골고루 맛있게 잘 익으라고 눌러주던 돌.
글쓰기는 무엇보다 그 돌이 필요합니다. 그 누름돌의 지혜를 발휘하여 충분히 우리 자신답게 익어가는 가을, 겨울이 되기를.
늘 감사드립니다.
읽고 쓰는 사람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
<종이책 수호자들>
<서점을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