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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철활인

마음을 먹는다

- 정채봉 '첫 마음'

by 햇살나무 여운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 정채봉 '첫 마음'





떡국이 왜 하얀지 이제 알겠다

떡국을 먹으며 마음을 먹는다


비록 마흔다섯 해 묵은쌀로 지었지만

어릴 적 옆집 방앗간에서

김이 모락모락 갓 뽑아져 나오던

뜨끈뜨끈한 새하얀 가래떡을

적당한 길이로 가지런히 자르던

손길을 기억하며

마음을 가지런히 잘라 놓는다


그렇게 갓 지은 새하얗게 뽀얀

떡국을 먹으며 새하얀 마음을

처음 먹듯이

마음을 먹는다, 새로이.


잊지 않고 날마다

첫 마음으로 빈 마음으로

새로이 깊이

넓어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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