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어떤 비밀>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4월입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무심히
봄은 있고
꽃이 있고
나는 있고
당신이 있고
청명 淸明,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겨울에 미뤄두었던 것들을
하기 좋은 때라고 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미뤄두었나요.
나는 미움을 미뤄두었습니다.
더 사랑하기 위해서요.
기억한다는 말은 힘이 세다.
기억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거짓말은 힘을 잃는다.
삶이 이어지듯 죽음도 이어진다.
우리는 죽음을 영원히 이어갈 수 있다.
기억하면
잊지 않으면
영원을 떠올리면
사라질 수 없다.
노란 꽃이 피었네.
하늘이 참 맑구나.
저기 바다가 있네.
날씨가 참 따뜻해졌어.
너도 기억하니.
나도 기억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찾아온다.
바라본다.
기도한다.
쓴다.
- 최진영 <어떤 비밀> 중에서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 걸느꼈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건지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거 아니야.
그래서 돌아본 거 아니야?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 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고,
아직도 뼈와 뼈들이 뒤섞인 채 묻혀 있어.
그 아이들.
절멸을 위해 죽인 아이들.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중에서
여지없이 돌아보겠습니다.
작별하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더 사랑하겠습니다.
오늘 당신은
또 무엇을 미뤄 두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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